매일신문

[사설] 국민연금 개혁 늦추면 국민 부담 늘어날 뿐

국민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가 연금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 밑그림을 제시했다. 재정 안정을 위해 현재 월 보수의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올려 5∼15년간 12∼18%까지 상향하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6∼68세로 늦추는 게 골자다. 그러나 1년간 논의에도 유력안 대신 보험료율, 지급 개시 연령, 기금 운용 수익률 세 가지 변수를 조합해 18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또한 현행 40%인 연금의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급여 비율) 인상이 포함된 개선안은 빠져 돈을 더 내고 더 늦게 받기만 하는 개편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재정계산위가 제시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국민 여론 수렴을 거쳐 10월까지 국회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재정계산위가 백화점식 시나리오를 내놓아 구체적 개혁안으로 좁혀야 하는 복지부로서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민연금 개혁의 공이 정부로 넘어갔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보험료율을 올리자는 개혁안을 보고받고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연금 개혁을 하지 않아 기금 고갈 시기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당겨졌다. 연금을 둘러싼 여건도 더 악화했다. 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졌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 속도는 더 빨라졌다. 경제성장률도 향후 70년 평균이 1.1%에서 0.7%로 나빠졌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현행 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32년 뒤인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기성세대는 내는 것보다 과도하게 받고 이로 인한 기금 고갈의 부담은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현행 제도는 불합리하다. 이런 이유로 국민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 9%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보험료율 인상은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필수다. 윤석열 정부는 약속대로 임기 내 연금 개혁 골격과 그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정부는 10월까지 개혁안을 내고 국회는 입법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정부와 여야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연금 개혁 고삐를 늦추면 국민이 감당해야 할 비용만 더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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