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두 사람으로 나뉘어진다. 질문을 유도하는 쪽을 인터뷰어(interviewer), 대담자를 통상 인터뷰이(interviewee)라고 하는데,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섭외부터, 첫 만남일수록 더 그렇다. 인터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대화의 주제도 핵심 정리가 되어야 한다. 자료 조사도 방대할 수 있다.
인터뷰이 인생이 3막 6장이라고 가정해 보자. 3막의 6장 화제(話題) 부분만 다룰 수 있고 전막을 인터뷰로 다룰 수 있다. 인터뷰어 방향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화제가 되는 에피소드 부분만 인터뷰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마주하면서 대화하다 보면 인생 전막의 핵심 스토리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인터뷰어가 들은 이야기가 그대로 독자들한테 전달되기 위해선 핵심 정리는 필수다. 간결하면서도 독자가 질문하며 듣고 있는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생생한 현장(장소) 느낌을 살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뷰 기술은 '질문의 방식'과 '인터뷰 정리의 방식'과 대화가 문장구조로 정리되고 쓸 수 있는 말들을 골라내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가 간결하면서도 정보를 전달하는 이의 핵심 정리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한마디를 듣고 기록해도 강렬해야 한다. 사회, 정치, 문화, 연극, 일반 등 500여 명을 인터뷰하면서 내린 결론은 인터뷰는 두 사람이 등장하는 대화의 단편소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이름을 내세우고 하는 인터뷰의 출발은 17년 전 매일신문의 '김건표의 스타 토크'를 진행할 때였다. 초보 시절인 만큼 돌아보면 엉성했다. 편집 테스크로부터 문장을 도려낸 칼날의 흔적이 보이면 잠이 안 왔다. 원인부터 찾았다. 온전한 내 글을 만들 수 있는 인터뷰 문장을 체득해야 했다. 그때 모 신문사 주말판에 실린 인터뷰 대화가 선명했고 주제는 명확했다. 버릴 말들이 없었다. 행동, 말투, 분위기, 현장감, 주제와 정보 등 모든 것들이 영상처럼 녹아 있었다. 대화의 글들이 살아 움직였다.
인터뷰어로 유명한 기자의 글과 출판한 관련 책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찾지 못해 서울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대구 출신 기자한테 "인터뷰를 잘하고 싶은데, 비결은 뭐죠"라고 물은 적도 있었다. 당돌했다. 매일신문 스타 토크 이후에도 각계각층의 대한민국 유명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책도 다섯 권을 출판했음에도 글에 부족함을 느껴 글을 쓰게 된다. 연극비평을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쓰는 게 직업이 되었다.
스타 토크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은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으로 돌아온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이다. 이명박 정부 전이다. 그는 걷기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정치를 한다는 얘기가 무성할 때였다. 그가 전남 해남을 거쳐 경남 거창으로 올라오는 길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도로 한가운데서 만나 20㎞를 같이 비를 맞고 걸으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앞으로 정치를 하실 거죠"라고 물었고, 대답은 "정치 생각했다면 유세를 하면 되잖아요. 난 걷잖아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걷습니다"였다. 그 뒤 그는 연극과 방송을 떠나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 대한민국 연극인 50명의 인터뷰를 묶은 '한국 연극의 승부사들'(도서출판 연극과인간)이라는 책을 묶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 인터뷰이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傾聽)하면, 정보는 들리고 대화는 살아난다. 인터뷰 기술의 핵심은 진솔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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