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명실공히 세계 최대 IT 회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엔카르타'(Encarta)라는 백과사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엔카르타를 최고의 백과사전으로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초빙된 전문가들은 상당한 보상을 받으며 백과사전을 기획하고 집필했다. 게다가 엔카르타는 윈도우에 딸려 무료로 제공되면서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디지털 백과사전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그러나 엔카르타는 몇 년 뒤 시작된 다른 백과사전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그 서비스는 바로 '위키피디아'(Wikipidia)다. 위키피디아는 일반 대중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백과사전으로, 이 서비스의 편집자들은 누구도 돈을 받지 않았고, 전문가가 투입된 것도 아니었다. 당시 리더도 없고 조직도 없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승자는 위키피디아였다. 구글에서는 검색에서 위키피디아 문서를 상위에 보여 주며,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도 합법적으로 인용하기도 하는 등 위키피디아는 디지털 백과사전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엔카르타는 2009년 전 세계에서 온라인판이 폐쇄되었다.
'구성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할 것인가?'
이것은 리더들이 조직을 이끌면서 가장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활용해 왔던 것은 '보상과 처벌' '인센티브' 등 외적동기 요인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창의성과 연결성(협업)이 더 중요해진 현대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이러한 동기부여 방식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질적 보상도 없이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위키피디아가 막대한 자본을 들인 엔카르타를 압도한 것은 이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과거 20세기에는 반복적 작업, 규칙 기반의 작업을 잘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 시절에는 승진, 인센티브 등 외적동기에 초점을 맞춘 조직 운영이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현대의 비즈니스에서 이러한 업무들은 아웃소싱을 하거나 자동화를 하고 있으며, 보다 창의적이고 복잡한 것을 잘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일 자체에서 오는 흥미, 호기심, 보람 등 구성원들의 '내적동기'(內的動機)를 자극하는 것이 더 강력한 성과를 이끌어낸다.
실제로 영국 정경대(LSE)의 경제학자들이 성과주의를 도입한 51개 기업 사례를 조사했는데,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조직 전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또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중 한 명인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주도성, 전문성, 목적성과 같은 내적동기에 초점을 맞춘 운영이 21세기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사람들도 변하고 있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더 이상 보상과 처벌만으로는 열심히 움직이지 않는다. 구성원들을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내적동기'를 찾아서 자극하는, 그리고 이를 통해 조직의 성과를 이끄는 리더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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