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상식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우리는 불가사의(不可思議)라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은 오묘하지는 않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취임 1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을 극렬히 비판하면서 느닷없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워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첫째,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 둘째,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입장 표명 및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셋째, 국정 쇄신 및 개각이 그것이다. 당내 누구와도 사전 교감이 없어 아무도 몰랐다고 하는데,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이런저런 구설이나 범죄를 저질러 탈당한 의원들까지 3분의 2에 달하는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가 단식하면서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선 비상식적이요, 그 요구 조건이라는 것이 또한 상식을 가진 국민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민생 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민주당과 이 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민생을 위해 무슨 입법을 해 왔는가. 소속 의원을 탈당까지 시켜 가며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켜 검수완박 입법은 전광석화처럼 해내면서 새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비롯해 각종 민생 입법은 외면했다. 이재명 대표가 선출된 이후 민주당은 오로지 형사피의자인 대표를 지키기 위해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민주당을 자처하지 않았나. 이게 민생 파괴이고 민주주의 훼손이다. 사과를 해야 한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는 요구는 대한민국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라는 것과 같다. 처리된 오염수의 방사능 핵종은 거의 모두 제거되고 유일하게 남는 삼중수소는 톤(t)당 1천200t의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되어 과학적 검증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IAEA도 문제가 없다고 인정한 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일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토한 결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일이다. 말이 실익이지 솔직히 질게 뻔하다는 소리다. 30년, 50년, 혹은 100년 후에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면서 방류를 반대하는 것도 그렇다. 세상의 어떤 행위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피해갈 수는 없다. 도로에 쌓인 눈을 녹이고 사고 예방을 위해 뿌려 왔던 염화칼슘은 비가 오면 그대로 녹아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수십 년 후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해 보았는가. 미세 플라스틱은 또 어떤가. 처리된 오염수가 미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발달된 과학기술로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 인류의 역사였다.
세 번째 요구는 우습고 가련하기까지 하다. 국정 쇄신과 개각은 대통령의 몫이다. 조언은 고마우나 최종 판단은 국정의 총책임자가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대통령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단식 해제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단식을 시작한 이 대표에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위로와 격려를 했다고 한다. 그럴 수 있지만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의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했다고 한다. 글쎄, 과연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까. 민주당과 이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문 정부에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일이 폭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그보다 더 많은 국민이 국정의 발목을 잡아 온 민주당과 이 대표가 아무 대의도, 명분도 없는 단식을 시작하는데 과거 5년간 폭주에 폭주를 거듭해 국가부채를 600조 원에서 1천조 원으로 늘리고 서민의 내 집 장만을 불가능하게 만든 장본인인 문 전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대표는 당장 검찰 출석을 놓고 실갱이를 벌이고 있다. 그러니 '방탄 단식'이라고 비판받는 것 아닌가. 그 많은 범죄 의혹을 받으면서 대표직을 맡은 것도 비상식적이지만, 그런 대표에게 공천을 받으려고 알랑거리는 의원들은 도대체 뭔가. 그것이 과연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인가, 아니면 훼손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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