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구 100만 ‘포항특례시’ 도약 준비…'전지보국' 미래 이끈다

2차전지 특화단지에 이어 수소환원제철 등 신규사업 확대
수서SRT 개통으로 접근성↑ 포항신항만 활성화 필요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2차전지 선도기업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2차전지 선도기업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이 눈부신 도약을 이루고 있다. 과거 철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철강보국'의 역사를 2차전지와 수소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산업으로 다시 한번 태동시키겠다는 각오다.

인구 5만의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철강으로 이룬 50만 경북 제1도시, 포항의 위상은 이제 새 동력을 장착하고 인구 100만의 특례시마저 꿈꾼다.

◆새 심장으로 갈아낀 산업계

지난 7월 20일은 포항의 제2차 산업혁명 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2차전지 양극재 특화단지' 선정에 이어 '수소연료전지클러스터' 예비타당성 통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통해서다.

이날 잇딴 선물을 받아든 포항은 'Charge New Energy! Charge Your Future!'라는 새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수소와 2차전지라는 에너지 산업을 통해 미래로의 도약 의지를 담은 문구이다. 당일 비전선포식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은 과거 '철강보국'을 빗대 '전지보국'이라고 포항의 미래를 평가했다.

지난 5월 16일 대구경북의 대학생들이 블루밸리산단 내 포스코퓨처엠 앞에서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기원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포항시 제공
지난 5월 16일 대구경북의 대학생들이 블루밸리산단 내 포스코퓨처엠 앞에서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기원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포항시 제공

먼저 2차전지 특화단지를 살펴보면 영일만일반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을 합해 총 1천144만2천546㎡이 대상이다. 이미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등 글로벌 2차전지 선도기업이 자리잡으며 2027년까지 14조원의 투자유치가 약속된 곳이다. 여기에 다양한 산업 인프라와 R&D 기반, 수출 촉진, 전문 인력양성, 세재혜택 등이 주어진다.

2차전지 중심 도시 포항의 위상은 지난해 11월 중국 CNGR사와 화유코발트가 포스코그룹 및 LG화학과 손잡고 각각 1조원가량의 포항 투자를 약속하면서 글로벌 입지까지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투자 러시와 전폭적 지원, 지역의 의지를 발판삼아 포항 2차전지 특화단지는 오는 2030년까지 ▷양극재 연간 생산 100만t(톤) ▷매출 70조원 ▷일자리 1만5천개란 성과가 가시화된다.

여기에 포항은 오는 2028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해 영일만일반산업단지에 '전기소형선박용 K-배터리 산업파크'를 세우며 전기선박 산업까지 준비 중이다. 단순히 전기차를 넘어 산업 전반에서 2차전지 기술의 핵심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포항 수소연로전지 클러스터 조감도
포항 수소연로전지 클러스터 조감도

수소연료전지클러스터의 경우 오는 2028년까지 블루밸리국가산단 일원에 28만240㎡ 규모의 집적화가 이뤄질 계획이다.

기업 집적화·부품소재 성능평가·연료전지 실증코어 등이 조성되며 한국수력원자력㈜·GS건설의 각각 20㎿(메가와트)·40㎿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수소도시조성사업 등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30개 관련기업 유치·고용창출 1천명이 예상된다.

지난달 24일 포항테크노파크가 국내에서 두번째로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제품심사 권한을 지정받은 것도 의미를 더한다. 한국표준인증인 KS마크를 받기 위한 절차를 앞으로 포항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포항이 구축해온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며, 향후 포항에서 추진될 수소연료전지 산업의 행정간소화 등 지원책도 차근차근 마련되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 포항TP 수소연료전지 인증센터의 공인시험기관 인정 기념 현판식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센터 안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시 제공
지난 2021년 7월 포항TP 수소연료전지 인증센터의 공인시험기관 인정 기념 현판식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센터 안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의 수소 에너지 기술 인프라는 현재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과도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한다. 포스코는 탄소배출권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25년까지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100만t급 실증 생산설비를 개발한 뒤 2050년까지 현재 탄소 기반 제철 설비를 모두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포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바이오·헬스산업도 놓칠 수 없다. 포스텍을 중심으로 이른바 지곡연구단지(포항시 남구 지곡동)라 불리는 '포항강소특구육성지구'는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계속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현재 포스텍이 추진 중인 연구중심의대가 완성되면 의료 분야와 일반 과학 분야가 융복합된 새로운 바이오 기반이 갖춰지게 된다.

◆'미래첨단도시' 비상을 위한 활주로

1일 서울 수서역 승강장에서
1일 서울 수서역 승강장에서 '포항-수서행 고속열차' 개통을 기념한 축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최근 포항시는 산업 변화의 후속 작업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주요 키워드는 단연 '교통'과 '에너지'로 관망된다.

오는 2025년 준공 예정인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국도 대체 우회도로의 포화상태가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포항의 해결책이 바로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이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북구 흥해읍까지를 잇는 총 9㎞의 해상교각 '영일만대교'는 울산~포항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영덕)를 잇는 국토 연결사업이다. 무엇보다 교통분산을 통해 블루밸리국가산단, 영일만산단 등의 물류 지원이 영일만대교의 핵심이다.

지난 1일 수서 SRT 개통이 이뤄지며 포항은 KTX, 포항공항, 신항만과 더불어 광역교통망 인프라를 추가했다. 다만, SRT 개통 첫날 편도 4차회 중 3차회가 매진 세례를 이어가며 아직은 부족한 교통인프라에 대한 갈증을 보였다.

육로교통이 아직 포항이 해결해야할 숙제라면 항만은 지금의 포항을 만든 원동력 중 하나이다.

포항이 포항제철소를 시작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 동쪽 끝자락이라는 지리적 소외감이 한몫을 했다. 수출기반의 한국 경제로서는 환동해권역이라는 글로벌 해양 수출입 창구인 포항의 위치가 무척 탐스러울 수밖에 없다.

포항영일만항. 매일신문DB
포항영일만항. 매일신문DB

현재 포항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등 철강산업단지의 젖줄인 포항신항과 경북 유일의 바닷길인 영일신항만이 위치해 있다. 원료 및 철강제품 수출입 통로인 포항신항을 제외하면 영일신항만은 경북 전방위 산업계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인 셈이다. 여기에 영일신항만이 국제 여객 카페리의 중간 거항지로 거론되며 관광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대구경북권의 물류량이 영일신항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아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는다.

올해 초 포항시 집계에 따르면 현재 영일만항 물동량의 절반가량은 강릉으로의 우드팰릿과 일본 마쯔다 자동차의 러시아 수출물량이 차지한다. 연간 약 10만TEU(20피트 컨테이너 상자 1개를 나타내는 단위)넘는 영일신항만 물동량 중 대구경북 산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되지 않는다.

문제점으로 창고시설 등 부족한 배후 인프라가 꼽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포항시는 끊임없이 ▷영일신항만 연안 부두 축조 ▷영일만산단(2·3·4) 완충 저류시설 설치 등 중앙부처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향후 포항이 지역균형발전의 롤모델이자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2차전지, 바이오, 수소 등 국가의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포항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중앙부처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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