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백강의 한국고대사] 동양고전으로 다시 찾는 발해조선의 역사 (16)

'단군조선' 신화로 부정…동북공정과 같은 논리
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 고조선 인식…"중국의 고대 지방 정권으로 화하족 혈통"
日 식민사관 계승 세력이 장학 한국사학…우리 첫 통일국가 단군조선 신화로 취급
건국 1천년 뒤처지고 뿌리 없는 민족 전락…한국 반도사학 동북공정 빌미 제공한 것
발해조선 역사 되찾지 않고 극복 어려워

사직공원 단군성전에 모신 단군상.
사직공원 단군성전에 모신 단군상.

◆중국 동북공정의 심각한 고조선사 왜곡

중국은 공산당 정권이다. 언론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중국에서 인터넷 사이트도 예외는 아니다. 겉으로는 기업을 표방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국영이나 마찬가지다. 14~15억에 달하는 중국인이 매일 이용하는 중국 최대의 검색 사이트 바이두에서 우리나라의 고조선 역사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고조선은 한무제가 한사군(서기전 108년)을 설치하기 이전, 고대에 지금의 조선반도 북부에 자리 잡고 있던 초기국가에 대한 호칭이다. 주요하게 중국 역사상에 기록된 기자조선, 위만조선 두 개의 전후에 걸친 제후국, 번속국藩屬國을 가리킨다.

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문화적으로나 또는 혈연적 속성을 물론하고 저들은 모두 지금의 대한민국과 조선의 역사에 속하지 않고 중국 고대의 지방 정권이란 것이다. 조선과 한국 측에서는 후세에 위조한 신화 전설중의 단군조선이 바로 고조선이라 인식하고 있다."

이 내용은 고조선은 독립국이 아니라 중국의 제후국, 번속국 즉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중국의 지방 정권임을 전제하고 있다.
또한, 고조선은 역사 문화적으로뿐만 아니라 혈연적으로도 한국에 속하지 않고 중국의 화하족이라고 말하였다. 단군조선은 후세에 허위로 날조된 신화 전설이고 한국인은 화하족 황제 헌원씨의 후손이란 것이다.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시진핑의 발언은 이런 역사 인식의 기초위에서 나온 것이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단군성전, 우리민족의 국조를 모신 사당으로는 너무나 초라하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단군성전, 우리민족의 국조를 모신 사당으로는 너무나 초라하다.

한국사가 중국사이고 한국문화가 중국문화라는 역사문화의 침탈을 넘어서 이제는 한국인의 혈통까지 중국 화하족의 혈통이라는 논리를 중국 최대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내세우는 것을 보면서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동북공정 이전의 중국 민족주의자들은 조선이 문화적으로 중국의 아류라고 주장한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고조선의 혈통이 화하족의 혈통이라고 주장한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한국인은 단군의 자손이 아니라 혈연적으로 중국 한족의 혈통을 받고 태어났다는 주장은 이 얼마나 해괴하고 허황한 논리인가. 한국정부와 국민은 동북공정에 의해 한국사와 한국민족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모르는가.

◆한국 반도사학의 한심한 고조선사 인식

중국 한족의 시조 황제 헌원씨.
중국 한족의 시조 황제 헌원씨.

오늘날 흔히 한국사학을 강단사학과 재야사학으로 나누는데 이는 잘못이다. 한국사학은 한반도의 대동강을 중심으로 한국사를 설명하는 반도사학과 대륙의 발해유역을 중심으로 한국사를 설명하는 대륙사학으로 구분된다.

대륙사학은 신채호, 최남선, 안재홍, 정인보 등으로 대표된다. 신채호는 고조선의 강역을 요동, 요서는 물론 상곡, 어양, 우북평과 산동성 일부까지 포함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정인보는 고조선을 발조선, 진번조선, 예맥조선, 낙랑조선으로 나누고 그 강역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 삼성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사학에서 대륙사관은 계승되지 못하고 단절되었다. 광복 후에 일본의 식민사관을 계승한 세력이 강단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사학은 현재 단군에 신화의 굴레를 씌워 한국사의 상한을 위만조선까지로 단축하고, 한사군의 낙랑을 대동강 유역으로 옮겨와 한국사의 강역을 압록강 안으로 축소한 반도사학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병도, 이기백, 이기동, 노태돈, 송호정 등이 그 중심세력이다.

이병도는 아사달을 북한 평양, 패수를 청천강, 열수를 대동강으로 보아 고조선의 중심지를 지금의 북한 평안남도 일대로 설정하였다.《한국고대사연구 참조》
이기백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가 고조선이고 그 서울은 대동강 유역의 평양이었다."라고 하였다. 《한국고대사론 증보판, 일조각, p.2, p.51》
이기동은 "성읍 국가로서의 고조선은 최초 대동강 유역의 평양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사강좌1, 일조각, p,28, p,41》
이기백과 이기동의 견해에 따르면 고조선은 3천 년을 전후한 시기에 대동강 유역에서 출발한 조그마한 성읍 국가였다.

송호정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2004년 '단군 만들어진 신화'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군 및 단군조선은 고조선의 국가 권력이 형성되고 난 후에 지배층 사이에서 만들어진 신화 속의 이야기이지 실재한 역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송호정은 단군조선을 만들어진 신화로 간주하여 존재 자체를 아예 부정했다. 중국의 동북공정 이론과 무엇이 다른가.

◆ 발해조선 없는 한국사가 동북공정 불렀다

중국섬서성 황릉현에 있는 황제릉.
중국섬서성 황릉현에 있는 황제릉.

반도사관은 고조선의 건국을 길게 잡아 3,000년 전후로 보는데 이는 중국의 西周시대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그러면 한국사 출발이 중국의 첫 국가인 夏나라에 비해 1,000여 년이나 뒤진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후진국, 문화적으로 중국의 아류가 되고 만다.

반도사관은 고조선의 국조 단군을 만들어진 신화로 취급하는데 그러면 우리 민족은 혈통을 알 수 없는 민족으로 전락하여, 뿌리 없는 나무 근원이 없는 물과 같아진다.

중국 동북공정의 한국사에 대한 인식은 첫째 단군조선은 신화적 전설이라는 것이고 둘째 고조선은 역사 문화적으로 중국의 아류이자 지방정권이란 것이며 셋째 고조선은 혈통적으로 화하족의 혈통에 속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사학이 우리의 첫 통일국가 단군조선을 신화로 취급하니 저들도 신화로 취급하는 것이고 우리의 건국을 3,000년 전후로 잡으니 역사 문화적으로 중국의 후진국이란 논리를 도출한 것이며 우리가 혈통을 이어받은 뚜렷한 조상이 없으니 저들이 화하족 황제 헌원의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도사학처럼 단군조선을 신화로 부정하면 우리의 혈통이 불분명해지고 고조선의 건국을 4,000년 전이 아닌 3,000년 전후로 잡으면 중국의 역사 후진국이 되며 중국을 지배한 발해조선을 부정하고 한반도 대동강 고조선을 고집하면 중국의 지방정권이 되게 된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어느 면에서는 한국의 반도사학이 빌미를 준 것이다. 발해조선을 되찾지 않고서는 동북공정은 극복할 수 없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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