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글로벌로 돌아온 언니들의 춤 대결

날선 대결과 훈훈한 감동의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원밀리언 팀. 엠넷 제공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베베 팀. 엠넷 제공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이하 스우파2)가 돌아왔다. 이번엔 글로벌이다. 영미권 댄서들의 프로젝트 크루인 잼 리퍼블릭과 일본 댄스 크루 츠바킬이 함께 해 역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한국 댄서들과 한판을 벌인다. 스우파2는 또 다시 신드롬을 만들어낼까.

◆글로벌로 돌아온 '스우파2'

2021년 Mnet 스우파 시즌1은 예상 밖의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사실 '프로듀스 101' 사태의 여파가 여전해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과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우파는 단번에 Mnet이 본래 음악 프로그램, 그것도 오디션 서바이벌에 최강자였다는 걸 새삼 일깨워주는 성공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일단 기획부터가 대중들의 정서를 잡아 끌었다. K팝이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고, 거기에는 댄스가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그걸 만들어낸 댄서들을 우리가 이른바 '백댄서'라 부르며 주목하지 않았다는 걸 스우파는 시작부터 끄집어냈다. 누군가의 뒤편에 서 있던 댄서들은 이제 앞으로 나와 자신들만의 무대로 대결하며 대중들 앞에 그 기량을 뽐냈다. 심정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스우파는 그간 뒤편에서 버텨낸 댄서들의 눈물이나 사연팔이가 아닌 치열한 대결 속에서 이들이 얼마나 '멋진 언니들'인가를 부각시켰다. Mnet 특유의 자극적인 대결의 무대들이 세워졌고, 그 위에서 물러나지 않고 팽팽히 맞부딪치는 크루들 간의 춤 대결이 펼쳐졌다. 놀라운 건 치열한 대결이 계속 되면서 크루들 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 또한 그려졌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모니카, 허니제이, 가비, 리정, 효진초이, 아이키 등 스타 댄서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맹활약했고, 국내의 여성 댄스 신이 확고한 존재감을 갖고 있고 K팝은 물론이고 스트릿 댄스에서도 글로벌한 위치에 서 있다는 걸 분명히 각인시켰다.

그리고 2년이 흐른 현재, 스우파2는 글로벌로 판을 넓혔다. 영미권 댄서들의 프로젝트 크루인 잼 리퍼블릭과 일본 댄스 크루 츠바킬이 합류했다. 잼 리퍼블릭의 리더인 커스틴은 뉴질랜드의 댄서로 리한나, 저스틴 비버, 제니퍼 로페즈 등의 유명 팝스타 안무에 참여한 명실공히 월드클래스 댄서다. 또 츠바킬의 리더 아카넨은 댄서들의 댄서라고 불릴 정도로 자넷 잭슨, 아무로 나미에, 기무라 타쿠야는 물론이고 보아, 카라와도 작업을 했던 인물이다.

여기에 역시 월드 클래스라는 말이 어울리는 한국의 댄서들도 빠지지 않는다. 원밀리언의 리아 킴이 심사위원이 아닌 참가자로 참여했고, 전 세계 갖가지 댄스 배틀에서 2001년부터 현재까지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울플러의 베이비 슬릭이나 락킹에 있어 역시 세계적인 댄서로 주목받는 왁씨 같은 인물도 무대에 등판했다. 글로벌 댄스 서바이벌이라는 말이 허명이 아님을 출연자 구성만으로도 보여줬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딥앤댑 팀. 엠넷 제공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잼 리퍼블릭 팀. 엠넷 제공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츠바킬 팀. 엠넷 제공

◆날선 대결과 훈훈한 순간의 교차

하지만 역시 스우파2는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독한 서바이벌의 날선 대결이 만들어내는 텐션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스우파의 시그니처 무대가 된 '노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은 시즌2에서도 뜨거웠다. 상대 크루에 대한 '노리스펙'을 대놓고 드러내는 출연자들의 날선 말 대결이 우선 펼쳐졌고, 그 독한 말들이 만들어내는 감정들이 무대의 텐션을 한껏 높여 놓았다. 물론 시즌1에서도 프로그램이 끝난 후, 그 때의 그 상황들에 '쇼적인 설정'의 요소가 있었다는 걸 댄서들이 직접 밝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진짜 감정 대결이 느껴지는 출연자들도 있었다. 원 밀리언의 리아 킴과 딥앤댑의 미나명의 날선 대립이 그것이었다.

한때 원 밀리언에서 리아 킴과 함께 활동했던 미나명은 그 곳에서 나와 딥앤댑이라는 새로운 크루를 만들어 성장시켜왔는데, 원 밀리언에 있었을 당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안 페이를 높여 달라 했지만 인상이 되지 않았다며 처우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무엇보다 거기서 나온 모든 춤을 리아 킴이 100% 만든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리아 킴은 총괄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자신도 같이 만든 건데 이런 불만 제기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런 치열한 감정싸움은 리아 킴이 약지 지목 배틀로 미나명을 지명하면서 실제 무대의 대결로 이어졌다. 하지만 너무 감정적인 대립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춤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심사위원으로 자리한 모니카는 이들의 대결에 대해 "솔직히 별로였다"며 "너무 감정에 휩싸인 상태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무빙을 하는데" 그래서 기량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혹평을 받긴 했지만, 이 같은 날선 대결은 스우파2의 긴장감을 높여놓는 중요한 장치다. 물론 권장할만한 대결은 아니지만 이런 긴장감을 바탕으로 깔고 있어, 그 위에 순간순간 펼쳐지는 훈훈할 정도의 명장면들이 더 주목된다. 이를 테면 잼 리퍼블릭의 커스틴과 마네퀸 왁씨의 두 번째 대결의 순간이 그것이다.

한 차례 약자 지목 배틀에서 패배했던 왁씨가 만든 이 리벤지 매치는 결국 함께 춤을 추는 재대결로 이어졌는데, 여기서 마치 두 사람이 잼으로 맞춰 춤을 추는 듯한 명장면이 펼쳐졌다. 커스틴이 살짝 허리를 숙였을 때, 왁씨가 마치 맞춘 것처럼 그의 허리 위로 다리를 지나게 하면서 생긴 명장면이었다. 마치 시즌1에서 대결 상대로 맞붙은 허니제이와 리헤이가 저도 모르게 똑같은 동작으로 춤을 맞춘 것처럼 췄던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즉 스우파2는 팽팽한 서바이벌의 긴장감 위에서 춤이라는 매개를 통해 때때로 의도치 않게 등장하는 콜라보의 순간들이 주는 감동이 존재한다. 그 두 지점이 이 서바이벌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두 개의 바퀴가 되는 셈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레이디바운스 팀. 엠넷 제공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마네퀸 팀. 엠넷 제공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울플러 팀. 엠넷 제공

◆쇼와 리얼의 교차점

스우파2는 여러모로 쇼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서바이벌이라고 볼 수 있다. 시즌1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약자 지목 배틀'이 펼쳐지는 초반에는 이러한 다분히 쇼적인 요소들이 의도적으로 연출되는 면이 있다. 처음 만날 때 등장부터 상대 크루의 감정을 건드리는 장면들이 그렇고, 인터뷰까지 곁들여진 멘트들이 서로를 저격하는 모습들이 그렇다. 하지만 크루가 다르다고 해서 실제 이들이 이렇게 감정 섞인 대립을 할 거라고 믿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게다. 하지만 댄서들은 프로답게(?) 서바이벌을 재밌게 만들기 위해 쇼적인 면들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그래서 이건 리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들이 실제 대결 무대에서 추는 춤은 리얼이다. 즉 필요할 때 쇼적인 연출을 더해 넣지만, 직접 대결하고 승패가 가려지는 건 리얼 서바이벌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뒤로 갈수록 쇼보다는 리얼의 요소들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크루가 섞여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물론 감정싸움 같은 것들이 들어가지만, 결국 이들이 한데 뭉쳐 만드는 무대는 협업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계급미션'은 그래서 이러한 쇼적인 요소와 리얼의 요소가 잘 버무려진 무대가 된다. 안무 채택을 받기 위해 대결하고, 메인댄서가 되기 위해 싸우지만 결국은 함께 전체 무대를 만들어내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긴장감과 훈훈함 그리고 쇼와 리얼 그 사이에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이 서바이벌 무대의 춤꾼들이 보여주는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그렇게 스타 댄서들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서바이벌 무대의 궁극적인 목표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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