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등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 협력사에도 RE100을 요구하면서 구미국가산업단지 일부 제조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구미산단 전자부품 기업 A사는 최근 글로벌 거래사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해양에너지 등 자연에 존재하는 에너지로, 탄소 배출이 0에 가깝다.
현재 전 세계 400여 개 기업이 RE100 클럽에 가입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월 기준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 등 34개 기업이 가입했다.
A사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거래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태양광 구축 비용이 무려 30억원~40억원에 달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사업'이 있지만 A사가 필요한 재생에너지 용량의 5~10%에 불과했다.
A사 관계자는 "자본력과 인력을 갖춘 대기업이야 재생에너지 사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 입장에선 굉장히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구미산단 스마트폰 부품업체 B사도 얼마 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8월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된 셈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RE100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차는 15%, 반도체는 29.8%, 디스플레이는 40%까지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RE100에 가입한 국내 대기업들도 협력업체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구미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앞으로는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중소기업의 재생에너지 설치비용을 지원하는 등 재생에너지 설치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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