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100만원짜리 유치원에 다녀요. 교육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추가했더니 가격이 올라가더라고요. (호호) 오늘은 생일이라서 오마카세 예약했어요. 작년엔 친구들 불러 호텔에서 파티를 해줬는데 올해는 프라이빗하게 지내보려고요. 아참, △△백화점에 구찌 컬렉션 들어왔다던데 가보신 맘(MOM) 있나요? 우리 애 생일선물로 사주고 싶어서요"
언뜻 여느 극성 엄마의 이야기 같지만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의 이야기다. 반려동물 1200만 명 시대. '내 아이에게만큼은 최고로 해준다'는 프리미엄 키즈 VIB(Very Important Baby) 문화가 반려동물에게까지 옮겨오고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도그 VID(Very Important Dog). 자신의 강아지에게 소비를 아끼지 않는 VID족은 업계 전반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갑이 열린다" 반려동물 프리미엄
코카는 얼마 전 7번째 생일을 맞아 오마카세를 다녀왔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식당은 사전예약을 통해 강아지의 특성, 체질, 식성을 미리 파악해 메뉴를 구성한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소형견(7kg 미만) 5만 8천 원, 중형견(15kg 미만) 6만 8천 원, 대형견은 7만 8천 원이다.


이날 선보인 요리는 총 7가지로 전체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완벽한 코스로 구성됐다. 저염 치즈를 얹은 대구살에 단호박 수프를 얹은 요리는 사람용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특히 셰프가 자리에서 직접 구워주는 청정육 코스가 시작되자 산만하던 코카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평소 편식이 심하다는 코카는 모든 접시를 싹싹 비웠다. 코카의 반려인 박지은 씨는 "비싼 걸 아는지 코카가 참 잘 먹더라고요. (웃음) 생일이나 특별한 날 코카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에 방문했어요"라고 말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쇼핑을 하는 강아지도 있다. 율무는 얼마 전 반려인 김채린 씨와 백화점을 방문했다. 그리고 들어간 명품 매장 '펜디' 에서 코트 한 벌을 구입했다. 율무의 명품 쇼핑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장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본다. 코트를 입고 나오자 쏟아지는 칭찬 세례. 구매를 자극하는 매장 직원들의 특급 리액션에 채린 씨는 홀린 듯 계산대 앞에 섰다.
명품 브랜드들은 반려견 목걸이나 리드 줄 같은 액세서리, 티셔츠, 가방, 패딩 등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구찌는 지난해 6월 구찌 펫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선보인 이후 현재 30개 넘는 제품군을 내놓았다. 펫 베드(1,180만 원)부터 펫 캐리어(490만 원), 30만~70만 원대 펫 카라와 하네스, 코트(133만 원), 펫 보울(93만 원), 티셔츠(36만 원) 등을 판매한다.

율무의 첫 명품 옷도 구찌였다. 구찌에서 나온 니트 가격은 67만 원. 부드러운 재질과 몸에 착 감기는 착용감에 홀려 명품에 입문했다고. "율무에게 좋은 옷 하나는 꼭 사주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아지는 계속 같은 크기로 머물러있으니 몇 년을 입는다 생각하면 낭비같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내 새끼가 최고" 일상에서도 최고 대우
그렇다고 돈을 쓰는 것만이 VID(Very Important Dog)의 전부는 아니다. 일상에서도 반려동물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는 반려인이 많아지고 있다. 한소영 씨는 반려견 봄이를 위해 매일 출근 전후 1시간 이상 산책을 하고 있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실외 배변하는 봄이를 위해 매일 산책 시간을 지킨다. "피곤해도 봄이를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죠. 아, 사료도 여러 개를 먹여 보다가 봄이에게 딱 맞는 것을 얼마 전에 찾았어요!"
사료는 반려동물이 매일 여러 번 섭취하는 '주식'인 만큼 선호 질감, 알레르기 성분 포함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구매하는 반려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사료를 개발할 때 영양소, 종별 특성 등을 고려하는 한편 화식, 유기농 등 상품군도 다양화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영상 시청률도 급상승 중이다. 토리의 반려인 조은정 씨는 토리의 교육을 위해 1일 1 유튜브를 시청한다. 간단한 양육 방법부터 심도 있는 교정 훈련법. 그리고 수제 간식을 만드는 방법까지. 은정 씨는 토리를 위해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를 매일 습득한다. "우리 토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유튜브를 통해 많이 배워요. 반려동물 관련 앱도 다양해요. 산책 코스라든지 건강 체크라든지. 앱을 활용해서 우리 토리 잘~ 키우고 있답니다"
평소 쓰는 제품들을 반려동물 친화형으로 바꾸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올 12월 결혼 예정인 최진영 씨는 반려동물 라보를 고려한 가구와 가전을 구매했다. 반려동물 친화 가구는 반려동물의 습성과 생활패턴을 고려한 기능 설계로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슬개골 탈구가 있는 라보를 위해 진영 씨는 소파에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펫 스테퍼(계단처럼 생긴 반려동물 가구)를 구매했다.
"고양이 키우는 친구가 수납장을 샀는데, 일반 수납장이 아니라 숨어 있기 좋아하는 고양이의 휴식공간이 접목된 가구더라고요. 그거 보고 저도 이왕 사는거면 라보가 편히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사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펫케어 기능이 있는 세탁기는 아직 배송 단계에 있다. 펫케어 세탁 코스는 반려동물의 옷에 묻은 배변이나 진흙, 잔디 등 생활 얼룩, 냄새 제거에 유용하다.


◆"개한테 너무 유난이다" "개도 가족인데 어떠냐"
반려동물에게 고가 제품을 사주는 심리는 자녀에게 명품이나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부모의 심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마음을 겨냥해 펫 전용 제품 가격은 나날이 오르고 있다. 호빵이 반려인 한지혜 씨는 최근 고민이 늘었다. 간식부터 장난감, 카시트 등 호빵이 물품들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실제 기자가 마트에서 비교해 본 결과 반려견용 동결건조 딸기의 시중가는 10g에 4000원대였지만, 사람을 위한 제품은 10g 기준 3000원대였다. 또한 대형마트에서 시판되는 반려견용 건조 고구마는 50g에 평균 판매가 3,500원이었지만, 사람용의 경우 300g에 8,960원. 50g로 환산하면 1493원 정도에 불과했다.

반려견 의류 역시 가격 책정에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만을 위한 특별한 원단이 아님에도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는 주장이다. 공급이 적은 분야는 더하다. 반려동물 장례업계는 사람의 화장 비용 40만~50만 원의 두세 배를 부른다. 하지만 반려인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반려동물 프리미엄을 두고 찬반 논쟁도 끊이질 않는다. 얼마 전 한 유튜버는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한우를 먹였다가 누리꾼들의 몰매를 맞았다.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더위 타는 강아지에게 에어컨 틀어줬다가 욕먹었어요" "개 유치원 보냈다가 시어머니한테 혼났어요"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소비 문화다. 실제 프리미엄 도그 현상은 저출생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적인 변화로 생겨났다. 본인에게 쓰는 지출은 줄이면서도 반려견에는 아낌없이 소비하는 문화. 이는 '반려동물 =가족'이라는 공식이 당연시되며 만들어진 현상이다.
"악플 달리면 어쩌죠…" 취재에 응했던 반려인들이 하나같이 했던 말. 거기에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반려동물 기사는 항상 악플이 많이 달려요. 가족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직은 덜 자리잡은 탓이겠죠? 새로운 문화는 적응기가 필요하잖아요. 우리 그때를 기다려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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