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습지 인근 대구 달서구 대천동의 대명유수지가 국내 최대의 맹꽁이 서식지로 불리던 것도 이젠 옛말이다. 2014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한 맹꽁이는 최근 몇 년간은 아예 육안으로 관찰하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줄었다. 지역의 깃대종이 아예 사라질 위기지만, 대구시는 보존 대책 마련은커녕 '맹꽁이 축제'를 여는 역설적인 모습이다.
대구시는 제9회 생명사랑 환경축제 '맹꽁이야 놀자'를 오는 9일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일대에서 개최한다. 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달성습지의 식물·곤충·조류·포유류·양서파충류·어류 등 생물 다양성을 알도록 한다는 취지다. 지난 2014년부터 매년 맹꽁이를 주제로 삼으며 지역의 대표적인 환경축제로 자리매김했지만, 정작 맹꽁이는 볼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맹꽁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등급 중 '적색 목록'에 해당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인 양서류다. 달성습지 인근의 대명유수지는 2011년 8월에 수천마리의 새끼 맹꽁이가 대거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맹꽁이 산란지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13년에는 8만7천여 마리의 이동 중인 맹꽁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을 기점으로 맹꽁이가 사라지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대명유수지의 맹꽁이 이동 개체 수는 2014년 1천481마리로 전년 대비 1.7%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2015년에는 그보다 적은 264마리만 관찰됐다.
사정이 이러니 '맹꽁이 없는 맹꽁이 축제'를 이끄는 기획자들도 시름이 깊다. 축제를 주관하는 대구환경교육센터의 한 관계자는 "달성습지에는 맹꽁이 소리도 듣기 힘든 상황이니 콘텐츠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고자 전문가들을 초빙해 포럼도 열었지만, 아직 큰 성과는 없다"고 했다.
정작 관계기관들은 맹꽁이 현황 파악에조차 소극적인 모습이다. 환경청은 2017년부터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모니터링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도 2021년 달성습지 생태계 복원사업 이후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일대에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체 수 파악은커녕 맹꽁이의 울음소리로만 출현 유무를 확인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확한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진국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은 "달성습지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가 사라져 가는데 제대로 된 연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그러면서 맹꽁이 축제를 여는 모습은 얼마나 황당한가. 조속히 정확한 조사를 진행하고 그에 맞는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