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86>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펴냄

프랭크 허버트 지음·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펴냄
프랭크 허버트 지음·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펴냄

내가 소설 <듄>과 처음 만난 것은 15년 정도 전, 중학생 시절이었다. 당시 학교 도서관에서 만났던 <듄>은 2001년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옛 판본이었는데, 표지에는 넓은 사막과 그 사이에 서 있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어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당시 이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소설 속 방대한 세계관과 수많은 고유명사가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듄>을 읽다가 내려놓았지만, 소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는 내게 큰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듄>은 내게 언젠가 꼭 읽고 싶은 책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듄>을 다시 읽을 계기가 두 가지 생겼다. 첫째는 신간 도서를 정리하던 중 눈에 띈 <듄>의 신판 시리즈였다. 새로 나온 <듄> 신판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는데, 옛 판본과는 달리 시리즈의 1부인 <듄>이 무려 900여 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으로 출판되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계기는 2021년 개봉된 티모시 살라메 주연의 영화 <듄>이었다. 이 두 가지 계기로 나는 정말 오랜만에 <듄>을 다시 읽기로 결심하였고, 전권을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15년 만이었다.

<듄>은 SF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로, 지금으로부터 대략 만 년 뒤 미래의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 무대는 '듄(dune, 모래언덕)'이라고도 불리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인데, 이 행성에서는 섭취하면 수명이 연장되고 예지력을 갖게 해주는 특수한 물질 '스파이스'가 생산된다. <듄>은 이 값비싼 물질이 유일하게 생산되는 행성 '아라키스'를 주 무대로, 여러 세력이 우주 제국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암투를 다루고 있다.

시리즈 중 1부인 <듄>은 아트레이데스 공작 가문이 '아라키스'로 이주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폴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로, 예언에 따르면 이 행성과 우주를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존재이다. 그러나 오랜 원수지간인 하코넨 가문의 음모에 당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풍비박산이 나고, 폴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멘'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그는 그들의 삶과 문화를 배우고, 점차 세력을 모아 하코넨 가문에 대항하고 그 싸움이 우주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듄>이 가지는 매력은 특유의 분위기와 세계관에 있다.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사막의 모래언덕에 관한 잡지 기사를 집필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조사했는데, 이 조사에서 영향을 받은 사막 행성 '아라키스'와 그 생태계는 작가의 세밀한 묘사로 독자들 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또한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조직 '베네 게세리트'와 그들이 가진 초인적인 능력, '스파이스'를 섭취하고 갖게 되는 예지력, 중동 문화권에 영향을 받은 '프레멘'들의 문화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소재는 <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랜만에 읽는 SF소설이라 그런지 두꺼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몰입하면서 읽었다. 이미 개봉한 영화 <듄>은 시리즈의 1부인 <듄>의 전반부를 담았고, 후반부를 담은 <듄: 파트 2>도 곧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완독하고, 상상했던 장면들을 스크린으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강병관 경상북도교육청 안동도서관 사서
강병관 경상북도교육청 안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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