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갑' 맞이한 한국 인스턴트 라면, K푸드 대명사로 자리매김

삼양라면 1963년 9월 15일 첫 탄생, 80년대 신라면·진라면 등 '라면 전성시대'
'우지파동' 고비 등 우여곡절도, 이제는 K컬처와 해외시장 휩쓸어
라면 수출액 2015년부터 8년 연속 증가…지난해 7억달러 돌파에 이어 올해 상반기 사상 최초 5억달러 넘기도
세계라면협회 조사 라면 소비량 전세계 8위, 인구대비 한국이 가장 많이 소비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7% 증가한 5억2천202만9천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연합뉴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7% 증가한 5억2천202만9천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연합뉴스

우리 일상 생활 속 깊숙히 자리잡은 '인스턴트 라면'이 오는 15일 환갑을 맞이한다. 1963년 한국에 첫 등장한 인스턴트 라면은 탄생 60년이 지난 현재도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오며 그 맛과 종류는 셀 수없을 정도다.

한국 전통의 김치, 된장 맛을 베이스로 한 라면부터 사골, 비빔면에 짜장라면, 컵라면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다.

라면은 값싸게 든든히 한끼를 해결할 수있는 식량이자 이제는 한국의 식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이정도면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불려도 손색을 없을 정도다. 해외시장에서도 한국 라면은 K컬처붐과 함께 한국 식품산업 수출의 기둥으로서 자리매김 중이다.

국내에 첫 출시된 삼양라면. 삼양식품 제공
국내에 첫 출시된 삼양라면. 삼양식품 제공

◆1963년 9월 15일 국내 첫 출시, '꿀꿀이죽' 대신한 한끼

한국에 가장 처음 라면을 들여온 것은 삼양식품이다. 6·25전쟁 이후 식량이 부족해 모두가 배고팠던 1960년대, 당시 사람들은 먹을게 없어 미군이 버린 잔반 등을 끓여만든 일명 '꿀꿀이죽'으로 한끼를 때우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삼양식품 창업자인 故전중윤 선대회장은 식량난 해결 방안을 모색하던 중 일본에서 먹어 본 인스턴트 라면을 대안으로 떠올렸고 1963년 일본에 가 묘조식품에서 기술을 배우고 라면 기계를 들여왔다. 그해 9월 15일 출시된 삼양라면의 중량은 100g, 가격은 10원이었다.

당시 5원이었던 꿀꿀이죽 가격의 2배였지만, 30원 정도였던 김치찌개 백반, 커피 한 잔보다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처음 삼양라면은 포장지에도 나타나있듯 닭 육수를 바탕으로 한 하얀국물이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해 지금의 얼큰하고 매운 빨간국물의 라면이 됐다.

1966년부터는 정부가 식량 부족을 해결하고자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라면 판매가 늘었다.

외식보단 싸다곤했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마음대로 사먹기엔 힘들었다. 라면이 처음 출시됐을때는 각 가정마다 양을 늘리기위해 가마솥 가득히 물을 붓고 라면 하나를 끓이기도했을 정도다. 라면은 연말연시 선물이나 결혼식 답례품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1960년대 라면을 생산하던 삼양라면 공장 전경. 삼양식품 제공
1960년대 라면을 생산하던 삼양라면 공장 전경. 삼양식품 제공

◆라면 황금기에서 '우지파동', 다시 K컬처와 함께 인기 급상승

60년의 오랜시간동안 라면 업계는 숱한 우여곡절도 겪었다. 1980년대 한국 경제 성장에 따라 라면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등 한국 산업 부흥기에 힘입어 식품 업계 성장도 가속도가 붙었다. 1960년대를 지나 1970년대 삼양라면의 성장을 지켜본 식품기업들은 1980년대 너도나도 라면시장에 뛰어들면서 라면 '황금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 1986년 신라면을 잇달아 출시했으며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는 1984년 팔도비빔면을 내놨고, 오뚜기는 1988년 진라면을 선보였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 같던 라면 업계는 1989년 '우지파동'으로 위기를 겪는다.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다'는 익명의 투서가 검찰에 전해졌고, 기업 관계자들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등 라면의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학계와 정부 등에서 우지를 사용한 라면이 인체에 무해하고 식용이 가능하다고 발표했으나, 당시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도 라면 영양가, 화학조미료(MSG) 및 고나트륨 식품이란 인식 탓에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반감이 나돌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삼양라면 특유의 '햄맛'이 갑자기 사라진데 대해 소비자간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다시 햄을 추가하는 등 에피소드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라면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시금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삼양의 불닭볶음면은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의 매운 음식 챌린지를 통해 인기가 급상승 지금도 다양한 맛이 출시되고 있다. 2020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농심 짜파게티+너구리)와 BTS 멤버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먹는 한국 라면의 모습 등 K컬처와 함께 세계적으로 한국라면이 뻗어나가고 있다.

◆라면 종주국 일본 너머,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아

2000년 이후 라면 종류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 인스턴트 라면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매운맛'이다. 지난달 농심은 신라면보다 2배 매운 한정판 제품 '신라면 더 레드(The Red)'를 선보였고, 오뚜기는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을 출시했으며, 삼양식품도 '맵탱' 브랜드로 제품 3종을 내놨다.

불닭볶음면 등 한국의 매운맛 라면을 이제는 전세계인들도 즐기는 시대가 왔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라면 총소비량은 인구가 많은 중국이 450억여 개로 단연 선두였고, 우리나라는 39억여 개로 8위였다. 하지만 1인당 라면 연간 소비를 살펴보면 한국은 연간 70개 이상의 라면을 소비하면서 1, 2위를 다툰다. 지난해 베트남에 자리를 내주긴했지만 2013~2020년 8년 동안 연속 1위였다.

수출도 호조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5억2천202만9천달러로 집계됐다.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 1∼7월 수출액(4억4천334만1천달러)보다 17.7%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7억6천543만달러를 기록한 라면 수출액은 올해 1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 각국에서 수요가 늘며 각 라면업체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시설 증설에도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5월 수출용 제품을 전담 제조하는 밀양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올해는 이 공장 부지에 2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 2공장을 완공해 공급량을 확대했고, 이르면 2025년 미국 3공장 착공에 나선다.

지난해 8월 27일부터 28일 양일간 낙동강체육공원 구미캠핑장에서 진행된 2022 구미라면 축제. 구미시 제공
지난해 8월 27일부터 28일 양일간 낙동강체육공원 구미캠핑장에서 진행된 2022 구미라면 축제. 구미시 제공

◆경북 구미에서 오는 11월 라면축제 즐기자

제법 쌀쌀한 날씨로 접어드는 11월 경북 구미에서 '라면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농심과 함께하는 2023 구미라면축제는 오는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구미역 앞 원도심 일대에서 개최한다.

구미 라면 축제는 지난해 8월 27일부터 28일 양일간 낙동강체육공원 구미캠핑장에서 진행돼 1만5천명이 라면을 즐기는 등 성황리에 개최된 바 있다.

당시 행사에 사용된 신라면은 행사 당일 새벽 ㈜농심 구미공장에서 갓 튀겨낸 면을 포장 출하한 제품으로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색라면 요리경연대회 긴 젓가락으로 라면 먹기, 라면ASMR, 긴 면발 찾기, 라면스프 맞추기 등 다양한 행사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는 따뜻한 라면이 생각나는 11월에 구미역 일원(원평동 구도심)에서 개최해 축제의 접근성을 높인다. 다양한 시민 의견을 수렴해 당초 발표한 시기(11월 10일~12일) 보다 일주일 연기함으로써, 올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과 그 가족들의 참여를 확대한다. 올해는 '맛보고, 만나고, 함께 즐기는 라면의 모든 것'이라는 테마로 대한민국 유일의 라면과 문화가 함께하는 축제로 준비된다. 구미시의 세계 자매·우호도시(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의 면요리도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부기(불나라왕자)'와 '누디(면나라공주)'라는 구미라면 축제 캐릭터도 선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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