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 머리가 보입니다. 거즈랑 장갑 준비해주세요!"
지난 5일 오후 10시 49분쯤 대구 서부소방서 119구급차가 서구 비산동의 한 갓길에 멈춰 섰다. 구급차를 타고 산부인과로 이동하던 임신 38주차 산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소방대원들은 산모로부터 아기 머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긴급 상황임을 직감했다.
8일 오후 2시 대구서부소방서 3층에서 만난 김은 소방교와 손민아 소방사는 당시 구급차 안에서 아기가 태어나던 긴박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은 "산모가 구급차를 타고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흔하지 않은 일이라 긴장됐지만 팀원들과 끝까지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0시 36분쯤 서구 비산동에 거주하는 임산부가 분만 진통을 겪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중증 환자를 이송하는 특별구급차와 일반구급차 2대가 출동했고, 김병훈 소방장, 황상진 소방장이 운전을 맡았다. 팀장 심진섭 소방위, 김은 소방교, 손민아 소방사, 고지연 소방사 등 119구급대 본대 3팀 소속 특별구급대원 4명이 두 차에 나눠 타고 급히 출동했다.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산모를 특별구급차에 싣고 출발했지만, 이송 중 산모의 분만 진통의 주기는 1분 단위로 짧아졌다. 결국 심 소방위의 총지휘 아래, 소방대원들은 응급분만을 준비했다.
김 소방교는 긴급히 소방상황실 전문의사에 연락해 응급의료지도를 받았다.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 손 소방사는 아기 탯줄을 자를 멸균 가위와 장갑을 꺼냈고, 팀의 막내 고 소방사는 보온 면포를 꺼내 아기 받을 준비를 했다.
소방대원들이 응급의료 지도에 따라 분만을 유도하자, 차가 멈춰 선 지 1분 만에 남자 아기가 태어났다. 구급대원들은 즉시 응급의료지도를 영상통화로 전환하고 아기 탯줄을 잘라야 하는 상황인지 확인했다. 이날 탯줄은 만삭 아내를 둔 예비 아빠 김 소방교가 잘랐다.
다만 이후에도 긴급한 상황은 이어졌다. 산모는 고통에 넋이 나가 있었고, 갓 태어난 아이는 새파랗게 질려 울지 않았다. 고 소방사는 오직 아기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입 안에 가득 찬 양수와 분비물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손 소방사가 아기를 받아 보온 면포에 둘러싸고 안아 든 순간 기적처럼 아기의 안색이 분홍색으로 돌아오더니, 구급차 안이 '으앙'하는 아기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손 소방사 품에 안긴 아기는 온기를 느꼈는지 눈을 깜빡였다.
신고 접수 약 20분 만인 이날 오후 11시쯤, 대구 북구의 한 산부인과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산모와 아기를 병원에 인계했다. 두 사람은 모두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산모를 비롯한 가족들은 소방대원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현장에 있었던 소방대원들은 잊지 못할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 소방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다음 주쯤 저도 아이가 태어나는데, 그때 이런 기분이 들겠구나 싶었다. 저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손 소방사도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해서 정말 다행이다. 응급상황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소방관이 됐는데, 꿈을 실현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송호 서부소방서장은 "긴박한 출산 현장에서 빠른 판단으로 무사히 분만을 도운 구급대원들이 자랑스럽다"라며 "앞으로도 고품질의 구급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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