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회생법원 신설 미룰 수 없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대법원, 기획재정부 등 정·관계 10여 곳에 '대구회생법원' 설치를 건의했다. 지역에서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기업 및 개인 도산 사건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다 인구 및 관할지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회생 및 파산 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법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사법 수요와 경제구조적 측면에서 대구에 회생법원이 필요하다는 지역 경제인들의 요구에는 당위성이 충분하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과 개인이 빠르게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사법적 지원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는데 그 대표적 기구가 바로 회생법원이기 때문이다. 도산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회생법원이 신설되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신속히 재기할 수 있는 법적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올해 상반기 대구에서는 총 9천975건의 도산 사건(파산 및 면책)이 대구지방법원에 접수됐다. 전년 대비 25%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법인 파산 사건도 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건)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대구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비중이 무려 전체 사업체의 99.94%를 차지한다. 경기 순환 사이클에 매우 취약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대구의 도산 사건은 대구지법 파산부가 맡고 있지만 조직과 인력 규모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회생법원이 생기면 회생 가능 기업과 한계 기업을 빠르게 구분 짓고 신속한 사법 절차를 통해 경제활동 복귀를 사법 시스템이 도울 수 있다. 회생법원이 설치된 국내 다른 도시에서 법인 회생 평균 처리 일수가 크게 단축됐다는 통계가 이를 잘 증명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부산, 수원에 회생법원이 설치돼 있다. 대구와 대전, 광주 등 3개 도시 회생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 발의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 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3개 가운데 1개에 대구가 빠져 있어, 대구회생법원 신설이 또다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있다. 도시 규모와 경제·산업적 구조를 볼 때 대구는 그 어느 곳보다 회생법원이 절실한 도시다. 정치권과 대법원은 이런 당위성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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