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이어 캐리가 고양이를 만난 건 아홉살 때였다. 노래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그는 곧 팝스타로 우뚝 섰다. 인기를 얻자 수많은 이가 그의 곁을 찾아왔다. 그리고 이득을 얻고 나면 미련 없이 떠났다. 캐리는 언젠가부터 사람을 믿지 않았다. 고양이만 그를 순수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캐리가 팝스타건 일반인이건 개의치 않았다. 그저 자신을 먹여주고 돌봐주는 좋은 인간일 따름이었다. 캐리는 고양이가 나이 들어 죽자, 뉴욕의 한 공동묘지에 매장하고, 호화로운 비석을 세웠다. 묘지에는 찰리 채플린의 고양이, 험프리 보가트의 개도 잠들어 있었다.
만약 캐리가 고양이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세계 투어를 연기했다면 어떤 반응을 얻었을까. 일부 팬들은 이해하겠지만 대다수는 농담거리로 그를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2012년 가수 피오나 애플이 죽어가는 반려견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남미 투어 일정을 연기했을 때 사람들은 댓글을 남기며 비아냥댔다. "애완동물은 오래 못 살아. 어차피 죽을 텐데. 설마 안 그럴 줄 알았던 거야?"
미국 작가 제이크 메이너드는 '개를 사랑하는 무모함에 대해'라는 글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10년 정도에 이르는 우정을 얻는 대신 미래에 닥칠 마음의 상처를 저당 잡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운다. 미국 전체 가정의 67%에 해당하는 8천490만 가구가 "반려동물의 한 종류"와 살고 있다. 이런 '무모함'의 이유는 뭘까.
작가 윌리스 사이프는 '반려동물을 잃는 것에 관해'라는 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순진무구하게 의존하며 우정과 사랑을 준다.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은 우리를 판단하지 않은 채 온전히 받아들인다. 우리가 삶에서 바라는 역할이 무엇이든, 동물들은 그것이 되어주며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동물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판단한다. 동물과의 우정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목적의식,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개인적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신간 '아는 동물의 죽음'(위즈덤하우스)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은 평생 여러 동물을 키워온 작가 E.B. 바텔스가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해 쓴 에세이다. 저자는 인간이 기꺼이 동물을 만나고, 부대끼다가 이별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다. 아울러 반려동물을 키운 역사와 함께해온 반려동물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머라이어 캐리와 찰리 채플린이 반려동물의 묘비를 만들어 죽음을 기린 것처럼, 기원전 3천년 전 고대 이집트인은 고양이가 죽으면 추모의 의미로 온 가족이 눈썹을 밀었다.
추모의 방식은 지난 5천년 간 다양하게 변주됐다. 화장한 유골을 흩뿌리고, 묘지를 조성하거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 죽은 동물을 박제했다. 최근에는 첨단 유전자 복제 기술을 이용해 죽은 강아지를 '복원'하기도 한다.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14년을 함께 한 강아지가 죽자 그 강아지의 유전자를 복제해 두 마리 새로운 강아지를 얻었다. 이처럼 추모와 기억하는 방식은 제각각이고, 그중 일부는 과한 측면도 있지만, 인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전에 동물을 사랑하고, 그 동물이 죽으면 그리워했다.
저자는 인간이 반려동물의 죽음을 알면서도 계속 키우는 이유를 죽음과 행복의 관계에서 찾는다. 그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 다섯 번씩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부탄 속담을 인용하며 반려동물이 죽음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인간은 그들을 사랑하게 되는지도 모른다고 해석한다. 그는 "반려동물은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매 순간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보여준다"고 말한다.
김아림 옮김.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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