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숙박시설 부족‧관광지 매력도↓…‘사드 보복’ 후 6년 만에 한국 찾는 중국 관광객, 대구는 ‘글쎄’

2016년 20만3천여명에서…올해 상반기 7천700여명뿐
김광석길·동성로 등 지역 대표 명소 곳곳에 '공실'
3~4시간 대구에 머물다 부산으로 빠져…해외 관광 인프라 구축 시급

중국 정부가
중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중국인 해외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대구 중구 서문시장 동산상가의 한 옷가게에 중국인 관광객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2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 주말을 맞아 많은 시민이 거리를 찾았지만, 중국 관광객의 모습을 찾긴 힘들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거리를 찾는 중국 단체 관광객 '유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에 찾은 서문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동산상가 안에는 가게마다 중국인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안내문이 부착됐지만 가게를 둘러보는 '유커'는 거의 없었다. 침구류를 팔던 한 상인은 "예전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와서 시장을 둘러봤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대만 관광객들이 메우고 있다"며 "단체 관광이 풀렸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 체감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2017년 3월 한국행 단체여행을 금지한 지 6년 반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돌아온 '유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지역 관광업계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인들은 차별화된 콘텐츠와 숙박시설 등 해외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대구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지난 2016년 20만3천여명에서 중국이 '한한령'을 내린 2017년 9만5천여명으로 53%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2021년에는 880명까지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소폭 상승해 7천700여명이 대구를 찾았지만, 여전히 전체 해외 관광객 15만2천549명의 5% 수준이다.

대구공항 이용객도 큰 폭으로 줄었다. 2016년에는 대구~중국에 오가는 24개 노선을 32만8천여명(48.2%)이 이용했지만, 올해 상반기 중국 노선은 옌지(연길), 장자제, 상하이 등 3개 노선으로 축소됐고 이용객도 4천146명에 그쳤다. 전체 국제선 이용객의 0.9%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10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기로 하면서 대구시는 중국어 안내판과 사후면세점 정비 등 본격적인 관광객 유치 준비에 들어갔다.

문제는 대구를 찾는 유커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단체관광이 통제되기 직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의 73.8%가 서울로, 34.9%는 제주로 향했다. 대구는 0.4% 수준에 그쳐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 주요 관광지의 더딘 회복 속도도 우려된다. 대표 관광 명소인 동성로는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던 화장품 로드샵 등이 문을 닫았다. 공실로 남은 상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준호 동성로 상인회장은 "아직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피부에 와 닿는 상황은 아니다. 주로 서문시장과 동성로, 약령시장 등을 돌아보는데 호텔 등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 부산으로 빠져나간다"며 "장시간 머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지난 7월 '대구지역 관광산업 현황 및 발전방안' 보고서에서 "인구규모에 비해 전체 호텔과 고급 호텔 숫자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타 지역보다 호텔 서비스의 고급화와 차별화에서 뒤처져 있다"며 "여행객들이 숙박시설 대신 가족이나 친척 집에서 투숙하거나 모텔‧여관 등 저가 숙박시설에서 머무는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는 우선 오는 13일부터 열리는 베이징‧상하이 K-관광 로드쇼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역 대표 축제인 치맥페스티벌, 판타지아대구페스타 등을 알리고 이월드와 근대골목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상하이 로드쇼에서는 현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국외 여행) 여행사와 군위 팸투어도 논의한다.

이선애 대구시 관광과장은 "중국 현지 SNS인 웨이보, 웨이신 등을 통해 지속해 홍보하고 있다"며 "중국 관광객을 모집하는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를 대상으로 관광 홍보 설명회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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