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니멀리즘의 정수…갤러리 신라, 알란 찰톤·레슬리 폭스크롭트 개인전

8월 30일부터 10월 7일까지

알란 찰톤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신라 A·B홀. 갤러리 신라 제공
알란 찰톤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신라 A·B홀. 갤러리 신라 제공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알란 찰톤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알란 찰톤 작가. 이연정 기자

갤러리 신라(대구 중구 대봉로 200-29)가 영국 출신의 미니멀리즘 아티스트 알란 찰톤과 레슬리 폭스크롭트의 개인전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A·B홀에서는 50여 년간 회색의 미니멀 회화로 독보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알란 찰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찰톤은 "2011년, 2015년 갤러리 신라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연 바 있다. 지난 전시 작품과는 형태적 변화를 보이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일관성은 회색과 작업 태도를 말한다. '나는 회색 그림을 만드는 작가'라고 자신을 정의하고, 수십년간 회색 그림만을 그려온 찰톤의 작품들은 회색이 가진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한다. 평범하며 지루한 색이지만, 그것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이 찰톤의 설명이다.

갤러리 신라 관계자는 "현란한 이미지가 범람하고 변화무쌍한 영상이 화가들을 유혹하는 오늘날의 회화 세계 속에서, 그의 단색화는 단호함과 명료함, 섬세함으로 또 하나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며 "그의 중성적이고 도시적인 회색은 명도의 무한한 변주를 가능하게 하면서, 풍부한 뉘앙스와 고요함의 색으로서 그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색 뿐만 아니라 작업 방식에서도 효과나 과장을 철저히 거부한 채, 정직하고 반복적인 과정을 신념과 끈기로 수십년간 지켜오고 있다.

캔버스 틀과 다른 캔버스와의 간격을 항상 4.5cm로 유지하는 점, 나무틀을 짜고 천을 씌운 뒤 회색 물감을 칠하며 작품을 보관할 상자 만들기부터 포장, 운반, 설치, 도록 제작 디자인까지 작업의 일부로 여기고 직접 실행하는 점 등이 그러한 것.

갤러리 신라 관계자는 "회화의 기술적인 방법이라기보다 그의 작업 윤리관, 실천의 개념적 기반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장인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삶과 예술에서 정직성을 추구하려는 작가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레슬리 폭스크롭트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신라 C홀. 갤러리 신라 제공
레슬리 폭스크롭트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신라 C홀. 갤러리 신라 제공
자신의 작품
자신의 작품 '대구 코너(Daegu Corner)' 앞에 선 레슬리 폭스크롭트 작가. 이연정 기자

C홀에서는 조각가 레슬리 폭스크롭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는 MDF(목재 합판)와 카드보드지, 메탈 등을 소재로 다양한 형태의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폭스크롭트의 작품은 전시 공간에 대한 이해와 그 때의 기억, 느낌을 바탕으로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대구 코너(Daegu Corner)' 작품도 갤러리 신라 대구의 C홀 공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이다. 그는 MDF 또는 카드보드지를 수겹 겹친 뒤 누르고 구부려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만든다.

폭스크롭트는 "재료가 가진 본연의 물성을 살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대구 코너'의 경우 9년 전 이곳에 와봤던 기억을 토대로 제작했다. '첼시 코너' 등 각 지역의 이름을 딴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 신라 관계자는 "그의 작품은 건축학 구조의 느낌을 풍기면서, 조각을 넘어 영속적인 힘이 느껴진다"며 "절개된 면과 정교한 패턴들이 단순함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했다.

전시는 10월 7일까지. 월요일은 휴무다. 053-42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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