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증거 하나도 없더라”면서 검찰 신문조서에 서명 거부한 이재명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사 약 8시간 만에 '건강상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했다. 애초 예정됐던 조사의 3분의 1 정도만 마쳤다고 한다.

이 대표의 단식 돌입에 대해 검찰 소환조사를 지연하고,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해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을 이끌어 내기 위한 꼼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예상대로 이 대표는 건강상 이유로 검찰 조사를 예정보다 일찍 중단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이날 받은 검찰의 신문조서에 서명을 거부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피의자가 서명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대표는 12일 검찰에 재출석할 예정이지만 단식 13일째가 되는 그날 건강상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조사를 받고도 조서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이번 검찰 조사 자체가 무효가 된다. 검찰 수사 지연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 그저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의 말이나 정황들, 이런 걸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며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이 증거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고, 오직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덤비고 있다면 이 대표로서는 그야말로 호재일 것이다. 자신에게 드리워진 여러 범죄 혐의를 법원에서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난 2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던 '성남 FC 후원금 건' '대장동 개발 사업 건'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정치적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니 단식이나 다른 일정을 이유로 검찰 조사를 지연하거나 국회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자신을 범죄자 취급해 온 검찰과 여당, 다수 국민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국회 뒤에 숨거나 단식에 매달리지 말고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조해 자신의 무죄를 당당하고 시원하게 증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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