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에서 단일국가로는 최대 규모인 4천5백여 명을 파견한 영국의 조기 철수는 적지 않은 충격파였다. 영국은 20세기 초반 세계 최초로 소년 스카우트 야영을 성공한 종주국인데다 다른 국가의 철수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되면서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 한 달 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한국 정부와 기관, 지인 등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크룩스 대사는 최근 이 메일을 통해 잼버리 대원 조기 철수의 불가피성부터 에둘러 설명했다. 이 메일은 약 50곳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잼버리 대원들에게 보여준 여러분의 관대한 지원에 감사를 드린다"며 "영국 잼버리는 독립된 활동단체로 그들의 한국 파견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단원들 중 상당수는 아시아 여행이 처음이었으며, 이를 위해 몇 달 동안 준비를 하고 참가비를 마련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그들(잼버리) 대원에게는 계획하지 않았던 경험이었지만 한국인의 따뜻한 정성과 의료지원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이러한 감명은 그들이 한국의 일반시민들과 서울로 숙소를 옮기고 나서 각 기관들이 보여준 친절함에서 나온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영국정부를 대신하여 여러분의 노력, 친절함, 관대함에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고 글을 맺었다. 폭염, 보건, 위생 등 문제로 철수했다고 보도한 영국 언론의 직설 화법 대신 현장 철수 후 보여준 한국인의 따뜻함에 방점을 둬 인상적이다.
특히 잼버리 파행을 안타까워했던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에 큰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영국 잼버리 대원들이 서울로 이동하자 무료 숙식 등의 제공 의사를 전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고, 이는 민간 외교 차원의 효과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사고는 주최 측이 쳤는 데 시민이 중심이 돼 수습했고, 그나마 국격(國格)을 지킬 수 있었다"는 말이 여전하다. 크룩스 대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한 인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편지였다"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토로했다.
크룩스 대사는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손꼽힌다.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주로 경제 및 정치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지난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안동 하회마을 방문 당시 실무 책임을 맡았다. 이때 안동 출신인 배우자 김영기 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크룩스 대사는 지난 1월 매일신문 주최 재경신년교례회에 참석, 이 사실을 언급하며 "저는 경북의 사위"라고 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남과 북의 대사를 모두 역임한 세계 유일의 외교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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