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경북 초등교사, 학생에 수개월간 폭행 당해…학교는 보고도 안해

초등교사 A씨 여러 차례 맞거나 할퀴고 꼬집혀…정신적 충격으로 실신까지
경북교육청 교권 보호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7일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반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입은 상처라며 팔 등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7일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반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입은 상처라며 팔 등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난동을 부리는 학생을 제지하다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 측은 상급기관에 보고조차 않은 채 쉬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생의 공격적인 행동은 교사와 친구들을 상대로 6개월 동안 지속됐지만 학교 당국의 교사 보호조치와 학생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 없이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북교육청은 교권 보호를 위해 긴급지원단까지 발족시켰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사실상 당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11일 경북 한 초등학교 교사 A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자신의 반 학생 B군으로부터 손과 발로 여러 차례 맞거나 할퀴고 꼬집히는 폭행을 당했다. 학급 친구들이 장난치는 상황에 B군이 폭력적으로 개입한 것을 자신이 말리는 과정에서 빚어졌으며, B군의 공격적인 행동은 20~30분간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A씨는 현장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실신했고, 양호교사 등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의 충격으로 현재도 입원치료를 받는 상태다.

이 학생은 지난 3월 입학 이후부터 교사와 주변 친구들을 향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교사는 학교 관리자들에게 교실 내 어려운 환경을 보고하고 조치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의 교사 보호와 학생에 대한 대책은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군의 수업 거부와 폭행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여러 차례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고, 스트레스성 위염과 신경쇠약을 겪었다. A씨는 "저는 선생님이니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껏 참아왔다"며 "학기 초부터 도움을 요청했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지만 학교측에서는 저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아 지원에 미흡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교원치유지원센터와 연계해 A씨에 대한 심리 상담과 치료를 지원할 예정이고 공무상 병가도 인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자 담당자들이 학교에 나간 상황이고,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등을 면밀히 따져 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B군 부모가 이번 사건 및 이전 사건과 관련해 '선생님께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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