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문화도시 달성] 폐기차역·화력발전소처럼…교도소 부지 '부활'

(4)억압의 공간이 자유의 공간으로…국립근대미술관 유치
쇠퇴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든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폐쇄된 기차역을 프랑스 파리 상징적인 미술관으로 만든 오르세 미술관
화력발전소 부지에 들어선 영국 테이트 모던, 도시재생 성공 사례 네덜란드 뮤지엄 파크

쇠퇴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든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달성군 제공.
쇠퇴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든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달성군 제공.

대구 달성군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국립근대미술관·국립창작뮤지컬 콤플렉스'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조만간 이전하는 대구교도소 후적지의 도시재생 측면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달성군은 국립근대미술관 유치 콘셉트로 '억압의 공간을 자유의 공간으로'라고 정했다. 사람의 발길을 억제했던 교도소 부지를 사람들이 찾는 미술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0년대 화원뉴타운(천내·명곡·본리지구)이 조성되면서 달성군의 중심지로 위세를 떨치다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화원읍을 문화중심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외국에도 이런 사례는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스페인 빌바오시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수많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미술관, 전시 미술품보다 미술관이 더 유명한 미술관, '빌바오 효과'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미술관, 파리의 루브르와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연회원이 많은 미술관 등이다.

그 중에서도 쇠퇴해가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공업도시 빌바오시를 한해 10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든 미술관이라는 수식어가 우리에겐 더 친숙하다.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져서다.

쇠퇴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든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달성군 제공.
쇠퇴 공업도시 빌바오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든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달성군 제공.

북대서양을 향해 흐르는 네르비온강 수변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기 전까지(1997년 기준) 빌바오시는 스페인에서 경제 및 인구 규모로 고려했을 때 20위권에 위치한, 유럽에서조차 존재감 없던 중소도시였다. 20세기 초 철강, 화학공업, 조선산업 및 무역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부강하던 빌바오시는 1970년대 중공업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35%까지 증가하면서 인구가 45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급감했다. 경제적인 낙후는 물론 각종 폐부지들의 방치로 암담한 도시환경에 골머리를 앓았다.

쇠락한 도시의 부활을 위해 절치부심하던 빌바오시는 1997년 '구겨진 종이더미' 형태의 독특한 미술관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도시재생의 성공을 의미하는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는 등 빛바랜 산업도시에서 화려한 문화도시로 새로운 자리매김을 했다.

미술관 개관 첫해인 1997년 130만 명이 다녀갔고, 3년 만에 350만 명이 찾으면서 초기 투자금액의 7배가 넘는 수입과 4천여 개의 일자리 창출과 같은 지역경제 상승효과도 봤다.

오랜 기간 쓰지 않던 기차역에 들어선 오르세 미술관은 프랑스 파리의 상징물이 됐다. 달성군 제공.
오랜 기간 쓰지 않던 기차역에 들어선 오르세 미술관은 프랑스 파리의 상징물이 됐다. 달성군 제공.

프랑스 파리의 상징적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한 오르세 미술관도 오랫동안 쓰지 않던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바꾼 사례다. 대형 시계와 같은 기차역의 요소들을 그대로 살려 미술관의 아이덴티티로 활용했다. 이 기차역의 시계는 관광객들이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하면 사진을 남기는 인기 스팟이 됐다.

기차역의 메인 홀을 주요 동선과 조각 작품 전시공간으로 이용하고, 좌우의 실(室)을 회화 전시공간으로 배치했다. 부족한 전시공간을 보충하기 위해 높은 층고의 기차역을 여러 층으로 구분해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점도 독특하다.

테이트 모던은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미술관이다. 달성군 제공.
테이트 모던은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미술관이다. 달성군 제공.

테이트 모던은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든 미술관이다. 노후화된 건물과 폭등한 기름값의 영향으로 1981년 폐업한 화력발전소는 20년간 흉물스럽게 방치되면서 주변 지역을 슬럼화시켰다.

런던시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국립미술관의 전시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주목했다. 거친 벽돌과 굴뚝을 그대로 보존한 테이트 모던은 그와 어울리는 실험성 가득한 전위적 작품을 전시해 독창적인 문화공간을 창출했다. 이를 통해 한해 50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면서 런던의 명물로 떠올랐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히는 메인 홀은 기존 공장 시설이 있던 높은 층고를 유지하되 가파르지 않은 경사로로 구성해 방문객들이 자연스럼게 미술관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모든 층에서 창을 통해 메인 홀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메인 홀은 높은 층고와 넓은 공간으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의 설치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다.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스만 수장고 미술관. 달성군 제공.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스만 수장고 미술관. 달성군 제공.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뮤지엄 파크도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다. 로테르담시는 도시재생을 하며 독특한 건축물을 짓고, 뮤지엄 파크를 중심으로 대중적 차원에서 문화예술을 적극 전파하면서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거듭났다. 연간 1천만명 이상이 찾는 도시로 변모한 것이다.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이사는 "매력적인 도시는 예술 및 문화 활동과 함께 여가와 학습을 위한 파워풀한 공공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대구교도소 터에 국립근대미술관의 유치와 더불어 지역 기반의 문화예술 공간의 확보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작업은 오래된 근대도시를 매력적인 21세기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동기획: 달성문화재단

달성문화재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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