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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져와” 학생연구원 인건비 2억8천만원 빼돌린 교수 구속

석사 70만원, 박사 140만원만 주고 전체 인건비 중 26% 회수
연구 참여 못하게 하거나 졸업에 불이익 주겠다며 상납 강요
빼돌린 돈 대부분 사적으로 유용… 검찰 “고질적 병폐 뿌리 뽑겠다”

대구지검 건물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지검 건물 전경. 매일신문DB

정부 연구과제에 참여한 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한 경북대 교수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학생연구원 인건비를 지급받은 후 이 중 3억원 가까운 돈을 현금으로 회수해 쓴 혐의로 경북대 교수 A(56) 씨를 직구속해 재판에 넘겼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교수는 학교 산학협력단에서 학생연구원들에게 연구인건비로 지급받은 돈 중 석사연구원은 70만원, 박사연구원은 14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뽑아 가져오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교수가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렇게 상납받은 금액은 학생연구원 인건비 명목 10억6천만원 중 약 26%인 2억7천800만원에 달했다.

A교수는 돈을 되가져오지 않는 학생연구원들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교수가 학생연구원들에게 "현금을 안 뽑아주면 앞으로 연구도 못하고 연구비 입금도 없을 것이다"거나 "졸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징계를 주겠다"는 등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A교수는 이렇게 회수한 현금 중 극히 일부분만 연구실 야식 비용 등으로 썼을 뿐 대부분은 자신이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한국연구재단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재단이 고발한 연구원 1명의 연구인건비 1천350만원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전면적인 계좌추적, 사건관계인 추가조사 등 직접 수사로 장기간 광범위하게 이뤄진 범행을 밝혀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학생연구원들의 연구인건비와 관련된 전횡은 국내 연구개발사업의 고질적 병폐로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관련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한 범죄행위"라며 "정당한 사유 없는 일방적인 연구인건비 회수행위는 명백하게 금지되는 행위임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대구지검은 앞으로도 부당한 연구비 회수 행위 등 각종 연구개발 사업과 관련한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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