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지닌 고등학생이 학교 부적응을 딛고 직업교육에 중점을 둔 특수학교에서 드론 전문가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이를 응원하기 위해 잇따라 드론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4시쯤 찾은 대구 북구 복현동의 이룸고등학교. 전국 최초의 고등학교 특수학교인 이곳에서 10여 명의 학생들이 드론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 학교 2학년 이영은(17) 양이 조작하는 드론이 목표 지점으로 올바르게 향하자 뒤에 있던 이준헌(52)·박미정(45) 씨의 얼굴에는 절로 웃음꽃이 피었다.
영은 양은 "드론을 날릴 때만큼은 아무 스트레스 없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드론 축구, 영상 촬영 등 드론과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발달장애학생인 영은 양은 이곳에서 드론을 접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영은 양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 학교에서는 영은 양을 오롯이 돌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씨와 박 씨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대안학교 등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집 근처에 특수학생들을 위한 이룸고가 개교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진학을 결심했다. 아무래도 일반학교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지난해 이룸고에 입학한 영은 양은 그해 여름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드론을 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을 했지만 당시 드론 강사를 하고 있던 최용석 토탈드론아카데미 대표가 단번에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영은 양의 아버지인 이 씨는 "영은이가 드론에 대한 재능이 많으니 자격증을 준비해 보자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그저 학교에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잘하는 게 있다고 하니 신이 났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가족들은 주말마다 영은 양과 함께 드론 1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군위군 부계면에 있는 드론 실습장으로 향했다. 비행장을 오고 가는 차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온 가족이 하루 종일 드론 얘기뿐이었다.
그 덕에 드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가족들은 연이어 자격증을 취득했다. 항상 영은 양과 동행하던 아버지 이 씨가 지난해 11월 딸과 함께 드론 1종 시험에 합격했다. 올해 6월에는 드론과 관련된 군 생활을 하기 위해 오빠가 드론 1종 자격을 취득했고, 어머니 박 씨도 지난달 드론 3종 자격을 얻게 됐다.
지금도 가족들은 주말마다 드론을 날리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유튜브에 올리는 영은 양의 새로운 취미를 위해서다. 딸의 꿈을 묵묵히 응원하던 아버지 이 씨는 딸 덕에 드론 카페, 드론 축구장을 운영하고픈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는 "지금껏 딸의 미래를 위해 여러 분야를 알아보고, 직접 배워보기도 했지만 결국 딸이 직접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영은이의 꿈을 응원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