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고유사무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자료 요구 불응을 천명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입장이 현실화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전국 현황을 파악할 때 대구만 빠져 국감의 실효성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그간 무분별한 자료 요청이 당연시 됐던 관행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시는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자료 요구가 있을 때 시·도의 고유사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우선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할 경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상(이하 국감국조법) 감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 1일 홍준표 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감사 대상 자료만 제출하고 지방사무 자료는 불응 사유를 적시하고 회신하라"고 밝힌 이후 조치로 보인다. 당시 홍 시장은 "국정감사 자료 제출 요구가 도를 넘고 있다"며 "쏟아지는 국정감사 자료제출 요구를 준비하느라 시정이 마비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국감국조법 제7조에 따르면 국감 대상 기관에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광역시·도를 포함하지만, 감사 범위는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난 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엄격히 구분해 국감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이와 같은 입장으로 국감에 대응한 바 있다.
홍 시장의 이런 입장이 실제 국회의 요구에 대한 대구시 자료 제출 불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긍·부정의 반응이 엇갈린다. 우선 그간 법조항과 무관하게 국가나 지방사무를 구분하지 않고 국감 자료 요청 및 제출이 상호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만큼 대구시 움직임이 유별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감에 나선 의원실에서 17개 시·도 현황을 종합해 분석하려고 할 경우 대구시 자료만 제출되지 않아 이를 빼고 분석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다른 의도를 갖고 자료 요구를 하겠느냐"며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데 대구시의 비협조는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의원의 자료 요구로 격무에 시달렸던 지방행정 일선에선 국감 관행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선의 한 공무원은 "수년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국감철만 되면 '5년 치 자료를 제출하라'는 등 의원실 요구에 응하느라 야근하기 일쑤였다. 국가사무, 지방사무를 구분해 제출여부를 결정해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사무에 대해선 엄연히 지방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하는 제도가 있다"며 "사문화된 국감법이 원칙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국회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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