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205조 빚더미 한전, 고강도 구조개혁 시급하다

대표적인 우량 공기업으로 꼽혔던 한국전력이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한전의 부채는 올 6월 말 연결 기준 201조4천억 원이다. 부채 규모는 올해 말 205조8천400억 원에서 2027년 226조2천701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2027년까지 5년간 매일 131억 원씩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이다. 천문학적인 수치에 어안이 벙벙하다.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문재인 정부의 급속한 탈원전 정책 강행과 전기 요금 인상 지연 때문이다. 값싼 원전 대신 고가의 액화천연가스로 전기를 생산한 결과다. 특히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기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2021년 이후에만 47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뿐이 아니다. 문 정부는 선거 때 '호남 득표용'으로 공약한 한전공대의 출연금을 한전에 떠안겼다.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적자인데도 출자회사들은 높은 이익을 거두는 점도 지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2 공공기관 결산 분석' 자료는 출자회사와의 계약 금액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40% 가까이 전기 요금을 올렸지만, 한전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전기 요금 인상 폭을 ㎾h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1~2분기 동안 ㎾h당 21.1원만 인상했다. 부채 규모에 비해선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요금 인상이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은 한전의 경영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면 한전채권 추가 발행도 어려워진다.

전기 요금 현실화는 국민들에게 부담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동결한 요금을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한전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구조개혁이 우선이다.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과 임금 인상분 반납 등 고강도 자구책을 신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방만 경영 여부도 살펴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에너지 소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공기업이 부실하면 그 부담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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