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팝에 진심…" 외국인 K팝 댄스 배우기 열풍, 관광상품으로도 떠오른다

대구 거주 외국인들도 K팝 댄스학원 수강 열풍
코로나19 전부터 댄스 학원 문 두드린 외국인들
동성로 랜덤플레이댄스도 인기, K댄스 관광상품

7년 전 대구에 온 안나(28) 씨가 달서구 송현동의 댄스학원에서 K팝 댄스 수업을 듣고 있다. 배주현 기자
7년 전 대구에 온 안나(28) 씨가 달서구 송현동의 댄스학원에서 K팝 댄스 수업을 듣고 있다. 배주현 기자
안나(28) 씨가 뉴진스의
안나(28) 씨가 뉴진스의 '슈퍼 샤이' 안무 동작을 취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7년 전 문화 교환 프로그램으로 러시아에서 대구를 찾은 안나(28) 씨는 K팝에 관심이 많다. 러시아에서 유튜브로 음악을 듣다 당시 서서히 생겼던 K팝 커버 댄스 영상을 접한 게 계기였다. 서서히 부는 K팝 열풍에, 주위에는 K팝 커버 댄스팀도 생겨났다. 댄스팀에 합류한 안나 씨는 러시아 친구들과 빅스, 세븐틴, EXID 등 당시 유행했던 아이돌 그룹의 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유학 온 뒤에는 학업과 결혼으로 이유로 몇 년간 K팝 댄스를 즐기지 못했다. 그러다 2개월 전 생활에 점차 여유가 생기면서 K팝 댄스에 대한 욕망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12일 오전 11시 50분쯤 만난 안나 씨는 달서구 송현동의 댄스학원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날 안나 씨와 수강생들이 배우는 곡은 최근 발매된 걸그룹 ITZY(있지)의 CAKE. 이들은 어깨를 흔드는 포인트 안무를 선생님과 천천히 몸에 익혀 나갔다.

안나 씨는 "최근 나오는 아이돌 노래는 안무가 더 어려워져 다시 배우려니 쉽지 않지만 재밌게 하고 있다. 벌써 뉴진스의 '슈퍼 샤이'와 'ETA', 제니의 '솔로'를 배웠다"며 "독특한 리듬이 K팝의 매력이다. 또 노래에 따라 각자 다른 스타일로 춤을 춰 춤선이 다르게 표현되는 것도 매력적이다. 배운 K팝 안무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면 '잘 춘다'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이 불면서 다수의 외국인이 'K팝 댄스' 배우기에 나서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외국인들의 K팝 사랑이 뜨겁다. K팝 댄스학원 수강은 물론 시내에서 열리는 랜덤 댄스 행사 참가나 서울의 유명한 안무 학원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대구 지역에 있는 다수의 댄스학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시작 전부터 지역 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K팝 댄스를 배우기 위해 학원 문을 두드렸다. 3개월, 6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최소 1~2명의 외국인들이 꼭 포함돼 있었다는 것. 최근 수성구의 한 댄스학원에는 외국인 아동도 수업 등록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동성로의 한 댄스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시작 전에는 K팝 댄스를 배우려고 학원을 등록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유럽권이나 중국분들이었다. 최근에도 적어도 1~2명씩은 학원을 찾는다"고 했다.

이달 10일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 동성로 케이팝 랜덤플레이댄스. 유튜브 엔제이 ENJ 화면 캡처
이달 10일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 동성로 케이팝 랜덤플레이댄스. 유튜브 엔제이 ENJ 화면 캡처

댄스 학원 수강이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을 통해 K팝 댄스를 독학한 뒤 시내에서 열리는 랜덤 플레이 댄스 행사에 참여하는 외국인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국 각 도시 시내 중심지에서 K팝 랜덤 플레이 댄스 행사가 진행되면서 어린이,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 모두가 중심가에 모여 댄스 퍼포먼스 선보이기에 나섰다. 집결지에 모여 아는 노래가 나오면 마음대로 무대로 나와 춤을 추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대구에서는 한 달에 한번 동성로에서 랜덤 플레이 댄스 행사가 진행된다.

K팝 아이돌뿐만 아니라 한국 댄서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대형 안무학원도 외국인들에게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2021년에 방영된 댄서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큰 인기를 끌면서 원밀리언, YGX 등 대형 안무팀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대형 안무팀이 밀집된 서울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무학원을 찾아 여행 기간 춤을 배우고 돌아갈 정도로 K팝 댄스 수업이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나 씨는 "'스우파'도 영향이 컸고 대형 안무팀의 유튜브 영상도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를 보고 원밀리언스나 져스트 절크 학원을 찾아 춤을 배운다"며 "또 한국 K팝 안무가들이 러시아나 해외로 가서 K팝 댄스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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