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와 갈등을 빚었던 학부모들의 신상이 공개되고 있다. 이들 모두 '악성 민원을 제기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고 있는데, 숨진 교사의 남편은 생전 고인으로부터 민원과 관련한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오후 지역 맘카페에서는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인 체육관장의 아내 A씨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사에 나온 문제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이 저의 자녀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A씨는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갖고 아동학대 혐의로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기 초 (자녀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여 선생님과 두 차례 상담하고, 상담 때에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제 아이의 행동으로 불편함을 겪었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A씨는 4명의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트렸다는 의혹에 대해서 "학기 초 불량학생이라고 지적당한 부모님과 만나서 아이에 대한 고민상담을 공유한 적은 있으나 따로 주기적으로 만나 선생님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를 유포하거나 험담한 일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으로 만나면 인사하고 가끔 차 한 잔 마시는 관계일 뿐이었다"고 했다.
A씨는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생계까지 위협받고 엄청난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 왜 내가 이런 일에 연루가 됐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며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A씨가 작성한 글에 숨진 교사의 남편은 "선생님 남편입니다. 이제 오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는 댓글을 남겼다.
같은 날 오전에는 A씨의 남편인 체육관장이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여기저기에 퍼진 기사 댓글을 읽다 보니 '살인자'라는 글도 있었다"며 "가슴이 울렁거리고 손이 떨리고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서 경찰관과 상담했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정말 아니다. 털끝만큼이라도 지은 죄가 있다면 얼마든지 받겠다. 마녀사냥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정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해당 글에도 숨진 교사의 남편은 댓글을 통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고 적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남편의 댓글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숨진 교사의 남편은 지난 12일 연합뉴스를 통해 "아내가 학부모들로부터 고통을 받아왔지만 교사로서 이들을 신고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왔다"며 "저 역시 이를 지켜보면서도 지금껏 속앓이만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한다. 아직 학교에 가려 하지 않아서 집에서 24시간 돌보고 있다"며 "활동에 제약이 많다. 힘을 내려고 하는데도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숨진 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이틀 뒤인 지난 7일 숨졌다. 이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해당 교사가 지난 4년 동안 학부모들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대전교사노조는 13일 숨진 교사 유족을 만나 관련 학부모에 대한 경찰 고소와 고발 여부, 교사 순직 요청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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