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씨름선수, 층간소음에 이웃 160번 폭행해 살해…"만취해 기억 안 나"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층간소음 갈등으로 이웃 주민을 마구잡이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전직 씨름선수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형을 구형받았다. 이 씨름선수는 만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거듭 부인했다.

지난 13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의 심리로 열린 전직 씨름선수 A(32) 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A씨는 피해자가 의료과실로 숨졌다고 주장하지만 부검결과와 범행 정황 등을 보면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며 징역 15년형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A씨는 1심에서도 징역 15년형을 구형받았지만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20일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윗집 주민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도중 B씨가 자기 뺨을 때리자, 격분해 50분 동안 총 160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폭행으로 B씨는 얼굴과 머리, 가슴, 배 등 다발성 손상에 따른 저혈량 쇼크로 병원 치료 도중 숨졌다.

A씨는 층간소음을 항의하려고 B씨를 찾아갔지만, B씨가 오히려 "오해를 풀자"고 술을 권했고 함께 마시다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층간소음 자제를 부탁하려고 찾아갔는데 B씨가 식탁에 흉기를 놓고 있어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고 정중히 부탁했다"며 "범행 당시 짧은 시간에 술을 많이 마셔 폭행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취한 B씨를 집에 데려다주다가 내가 뺨을 맞아 화가 났던 것 같다. 당시 폭행한 기억이 없어 구급대원에게 '함께 넘어져 다쳤다"고 알렸을 뿐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는 B씨가 만취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차별 폭행하고도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넘어졌다'고 허위 진술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A씨는 이날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도 "평생 뉘우치며 살고 술도 끊고 건강한 정신으로 살겠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달 13일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