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올해엔 연애를 쉬겠어

임윤선 지음 / 시공사 펴냄

방송인이자 16년 차 변호사인 임윤선의 에세이 집이다. 연애는 자꾸 삐걱대고 결혼은 아득하기만 한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 사진은 연인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방송인이자 16년 차 변호사인 임윤선의 에세이 집이다. 연애는 자꾸 삐걱대고 결혼은 아득하기만 한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 사진은 연인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임윤선 지음 / 시공사 펴냄
임윤선 지음 / 시공사 펴냄

나이가 들수록 연애는 어렵다. 철저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이성과 교제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20대의 연애는 좋아하는 감정만으로도 충분하다. 30대 초반까지도 이는 어느정도 유효하다. 하지만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을 땐 슬슬 강박감이 생긴다. 이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은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연애는 똑똑함과 상관도 없다. 매사에 똑부러지고 사회적 커리어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도 연애만큼은 큰 실수를 하곤 한다.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에 이어 좋은 배우자를 가지고 싶다는 지나친 계산이 오히려 연애를 그르치기도 한다.

연애란 이래저래 만만한 일이 결코 아니다.

방송인이자 16년 차 변호사인 임윤선의 에세이 집이 나왔다. 연애는 자꾸 삐걱대고 결혼은 아득하기만 한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 임윤선 작가가 직접 겪었거나 주변에서 일어난 실제 연애담을 바탕으로 사랑과 연애, 결혼, 남녀 관계에 대한 시각과 통찰을 담고 있다.

임 작가에게도 연애는 경험이 쌓일수록 익숙해지는 건 아니었다. 갈수록 난이도가 더해지는 장애물 경기였다. 임 작가는 중년 이후에 겪었던 혹독한 연애의 기억과 주변에서 일어난 상황을 되짚으며 연애와 결혼, 남녀 관계에 대한 분석을 풀어준다.

결론은 간단하다. 연애와 관계를 종용하는 압박과 섣부른 조언에 휘둘리지 말 것. 결혼은 안 해도 연애는 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자유로울 것. 무엇보다 거짓으로 자신을 부풀리고 없는 매력을 꾸며내는 가짜 사랑꾼을 조심할 것.

책의 내용은 맵다. 남녀 간의 치정을 다룬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서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도 단체 소개팅에 나타나서는 미혼 행세를 하는 부류도 있는 가하면 전처와 자식을 철저하게 숨긴 채 순정남 가면을 쓰고 상대를 농락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 이뿐이랴.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 여러 대상을 비교하는 식으로 연애를 하는 이도 있으며 상대에게 보호자의 역할을 강요하는 이도 있다. 헤어진 옛 연인을 지속적으로 소환해 무용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결혼식을 치르고 법적 부부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뜨끔'할 지도 모른다.

살갑고 달콤한 상황이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각본처럼 혹독한 상황이 모두 현실이라는 것을 반면교사 삼으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 내용이 적나라하기에 가명으로 처리한 등장인물에 '나'를 대입해보면 모든 상황은 얼마든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위안과 위로도 받을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작정하고 속이려 들거나 자기애가 강해서 타인을 진정 사랑할 줄 모르는 이의 실체를 간파할 심미안을 갖고 있진 않다. 특히 어떤 상황에 처한 당사자가 나 자신일 땐 이성적인 생각과 직관도 좀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왜 그런 사람을 만났냐고 스스로 자책하고 주변 사람에게 타박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행위는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훌훌 털어버려도 된다.

임 작가의 이야기가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건 아닐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일과 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연애에서도 실패할 자유와 특권이 차츰 줄어드는 세대에게 예방주사와 같은 책이다. 책의 매력은 저자의 솔직함에서 나온다.

'어디서 들은 이야긴데'라는 식으로 남 얘기를 하듯 뭉뚱그리지도 않는다. 이를 통해 관계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지 말고 먼저 단단한 개인으로 홀로 서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연애와 관계에 상처를 입은 이들에겐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안도 준다. 여기에 재밌기까지 하다. 232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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