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핵심 메시지는 공(空)이라고 한다. 공은 '존재와 현상은 서로 의존해서 발생한다'는 인연생기(因緣生起)에 따라 출현한다. 연기법에 따르면 어떤 존재와 현상도 혼자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존재와 현상은 공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존재와 현상은 인연에 따라 만나고 인연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져 불변의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존재와 현상은 '인연에 따른 잠깐의 일시적 관계'가 된다.
불교의 공은 복잡계 이론의 메타 안정성과 유사해 보인다. '메타'는 준(準) 또는 임시적이라는데 '메타 안정성'은 존재와 현상 등의 상호작용을 통한 변화와 임계현상,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향한 노력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동적(動的) 메커니즘이다. 메타 안정성은 세상을 '거시적 복잡성과 미시적 불확실성'으로 이해한다. 이때 세상은 '안정과 불안정 사이에서 요동치는 연쇄적 다이내믹스'다.
최근 대통령의 메시지를 둘러싸고 논란이다. 6월 자유총연맹, 8월 광복절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 연설 등이다.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된 뒤 이념형 인간으로 바뀌며 제왕적 대통령으로 최적화되어 (스스로를 군주의 반열에 놓고) 거침이 없고 용감무쌍하다"며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고 한다. 결론은 "폭주를 보수가 책임져야 한다"이다.
나아가 "21세기 디지털 선진국이 졸지에 1970년대 개도국 시절로 회귀"하며 "실용 보수의 종식이자 이념 보수의 부활 선언"이라고도 한다. 집권당의 연찬회는 "부장님의 술자리"라는 소리를 들으며 "윤아(尹我)일체 수준까지"갔으니 차라리 "용산의 힘"으로 당명을 바꾸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대통령의 인식은 확고하다. 대통령 메시지도 분명하다. 첫째, 방향성으로서 이념이다. 대통령은 "국가에 정치적 지향점과 국가가 지향해야 될 가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 한다.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철학이 이념"이어서 "철학과 방향성 없는 실용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방향은 정체성 확립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으로 "올바른 역사관, 책임 있는 국가관 그리고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하고 동시에 "이권 카르텔의 불법을 근절하여 공정과 법치의 확립"도 중요하다. 셋째, 협치와 정치 복원도 정체성이 공유된 후에 가능하다. 대통령은 "새가 날아가는 방향은 딱 정해져 있어서 왼쪽 날개 오른쪽 날개가 힘을 합쳐서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가 힘을 합쳐 성장과 분배를 통해 발전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은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로 가겠다"는 집단이다.
넷째, 도전과 위기는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 뉴스와 괴담을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과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이다.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활용하여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 운동,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다섯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힘을 합쳐서 국정 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며 '부실 기업'을 인수했는데도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억울해한다.
대통령의 인식은 많은 사람의 생각과 달라 보인다. "과거의 직업적 경험과 현재의 집권당 불신" 그리고 "자기 세력 없는 대통령의 빈자리를 차지한 뉴라이트"의 정치적 타이밍 등이 함께 가져온 시대와의 부조화일까! 일관되고 분명하며 확고해 보이는 메시지는 불안함의 역설적 표현일 수 있다.
메타 안정성은 겉으로는 강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계기나 내외부의 충격으로 혼란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한 상태를 동반한다. 우연한 사건으로 정치의 실패가 공동체의 붕괴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말이다.
메타 안정성의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반야심경에서 바라밀다행의 공을 통해 세상을 여여(如如)하게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누가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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