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갤러리 속에 카페가…대구 달서구 '킹콩 G.C.'

중견 화백의 중후함 & 청년 작가의 신선함
외벽 '노란색 킹콩' 상상력 자극…1층·2층·별관 구역별로 전시중
지역 작가 소개·문화 공유 공간…'삶은 단호박 라떼' 스페셜 메뉴
신선 재료로 만든 '생과일주스'…샌드위치·카스텔라 등도 준비

대구 달서구
대구 달서구 '킹콩 G.C.'의 내부 모습 이화섭 기자.

최근 몇 회 동안 '카페 민지(MZ)' 코너를 통해 소개되는 대구경북지역의 카페들을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콘텐츠 확보를 어떻게 하느냐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커피나 베이커리 등은 상향 평준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커피의 맛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손님들의 경우 '그 이외의 것'들을 더 신경쓰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카페 또한 그 '콘텐츠'에 승부를 건 쪽이다.

'킹콩 G.C.' 외벽에 달린 노란색 킹콩. '킹콩 G.C.' 제공

◆ 외벽에 달린 노란색 킹콩을 보라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 위치한 '킹콩 G.C.'는 갤러리와 카페의 결합을 시도한 카페다. 대구수목원 제3주차장 뒤쪽에 노란색 킹콩이 매달려 있는 삼각지붕 건물이 바로 '킹콩 G.C.'다. 마치 영화 '킹콩'에서 거대한 킹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킹콩 G.C.'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녕 대표는 대구 남구문화원장도 겸하고 있는 대구지역의 대표적 문화인사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킹콩 G.C.'를 만든 데에는 지역민에게 대구지역의 미술작가들을 알리고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바람 때문이었다. 그래서 '킹콩 G.C.'의 G는 갤러리(Gallery), C는 카페(cafe)를 의미한다.

외벽에 노란색 킹콩을 매단 이유는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함이라고. 이 대표는 "대개 '킹콩'이라고 하면 검은색의 고릴라처럼 생긴 모습을 떠올리지만 노란색 킹콩은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며 "'왜 킹콩이 노란색일까'라거나 '왜 킹콩이 저기 매달려 있을까'처럼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의 다양한 상상을 떠올려보게 하려고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킹콩 G.C.'를 찾은 한 손님이 1층의 작품들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고 있다. 이화섭 기자.

◆ 층별로 세계가 다른 작품들

'킹콩 G.C.'를 찾는 손님들 중에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켠다. 1층부터 이색적인 조각 작품들과 군데군데 설치된 각종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 손님들은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한 뒤 바로 자리에 들어가지 않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카페 안의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담는다. 한 손님은 "1층에 있는 조각들이 예뻐 보여서 일단 카메라로 찍어놨다"며 "카페인데 미술 작품이 많아서 눈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재녕 대표는 "'킹콩 G.C.'를 운영하면서 이 공간의 정체성을 카페보다는 갤러리에 좀 더 무게를 두려고 한다. 손님들이 미술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작품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카페를 만든 것 "말했다.

층별로 즐길 수 있는 작품도 다르다. 입구인 1층에 들어서면 대구의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20, 30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톡톡 튀는 개성 가득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들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증명서) 기술을 이용한 거래도 가능하다고.

'킹콩 G.C.' 2층에 자리한 손님들이 벽에 걸린 권정찬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며 음료를 즐기고 있다. 이화섭 기자.

2층은 대구의 중견작가인 모락 권정찬 화백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이 대표는 "권정찬 화백은 40년 동안 화풍을 네 번 바뀔 정도로 다양한 화풍을 구사하는 작가"라며 "권 화백의 작품을 통해 '킹콩 G.C.'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고 1층의 청년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2층의 그림을 보면서 배우거나 참고할 점을 찾으라는 의미에서 상설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건물 뒤에는 별관이 있는데 이 곳은 전업 작가들의 작품들을 1주일 단위로 전시하는 초대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역의 문화계 인사들을 선정 위원으로 위촉해 신청이 들어오면 선정 위원들의 심사를 통해 작품을 전시한다. 이 대표는 "현재 작품 전시와 대관에 관련해서는 따로 수수료 등을 받지 않고 있다"며 "가장 큰 목적은 작가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같이 작품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 배치도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이 손상되지 않는 한계 내에서 테이블을 작품 가까이 두었고, 심지어는 벽면과 창문에 작품을 걸어두고 그 앞에 테이블을 놓아 손님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단, 조각 작품의 경우 손상의 우려가 있어서 작품 주변에는 안전 펜스를 설치했고, 일부 공간은 뚜껑이 있는 테이크아웃 잔만 갖고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킹콩 G.C.'의 에스프레소 콘 파냐. 금박 가루가 뿌려져 멋을 더했다. 이화섭 기자.

◆ 커피와 단호박이 만나면 무슨 맛일까?

'킹콩 G.C.'의 음료나 베이커리 메뉴는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음료들과 생과일 주스 등이며 샌드위치나 카스테라 등 베이커리 메뉴는 직접 만든다. 아메리카노 등 일반적인 커피의 맛은 대구경북지역민들이 좋아하는 적절한 쓴 맛의 묵직한 느낌이었다.

'킹콩 G.C.'의 'PK 라떼'. 이화섭 기자.

그 중 이 곳의 독특한 메뉴 중 하나가 바로 'PK 라떼'라는 것이다. 'PK'는 호박의 영어 '펌프킨(Pumpkin)'에서 따온 것이다. 일반적인 단호박 라떼는 다른 카페에서도 많이 팔지만 'PK라떼'는 정말 커피 안에 삶은 단호박을 갈아 넣었다. 커피 사이사이로 보이는 단호박이 무늬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건강한 맛이 난다.

이 곳의 메뉴들 중 농산물을 쓰는 메뉴는 대구경북지역에서 당일 수확한 재료를 쓴다. 생과일 주스에 들어가는 토마토, 수박, 포도를 비롯해 'PK라떼'에 들어가는 단호박도 이 대표가 직접 키우거나 고른 작물들이다. 그래서 신선도는 확실히 보장한다고. 이 대표는 "앞으로는 브런치 메뉴도 좀 더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복합문화공간이자 정신적 쉼터로

'킹콩 G.C.'의 건물 넓이는 대략 1천190㎡로 굉장히 넓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테이블의 갯수는 40개 정도만 마련했다. 작품을 걸어야 할 공간을 만들면서 앉을 공간을 만들다보니 비슷한 넓이의 카페보다는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게다가 건물 내부 인테리어도 굉장히 미니멀하게 꾸며놨다.

하지만 이 대표는 '킹콩 G.C.'가 수익을 내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시민들이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넓게 공간을 확보한 이유도 결국엔 시민들이 문화를 공유하면서 정신적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카페와 문화가 함께 자리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이 곳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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