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직업계고 인식 바꿔야

이현조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이현조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이현조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지난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대구 EXCO에서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대구교육청 주관으로 직업교육박람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구 지역 20개 특성화고·마이스터고가 홍보 부스와 체험관을 열고 관내 100여 개 중학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약 3천 명을 대상으로 교과 체험과 진로 상담을 진행했다. 참석한 이들은 다양한 질의와 체험 활동을 통해 자신과 자녀들의 진로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모습이었다.

참석한 이들은 대체로 우리 사회가 학벌 사회가 아닌 특정 분야의 기술 보유를 기반으로 전문가 사회로 이행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즉 취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줄 아느냐'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졸업자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직업계고 졸업자 전체(전국) 취업률은 57.8%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증가했고, 진학률도 전년 45.0% 대비 소폭 상승한 45.2%로 나타났다. 반면, 미취업자 수와 비율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우리 지역의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경북이 67.9%로 전국 1위, 대구는 65.8%로 2위를 차지했다.

독일은 직업계고의 이론 교육과 기업의 현장 실습을 병행해 전문가를 양성해 내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기업은 상공회의소에 도제 교육을 신청하고, 학생들은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고 마이스터로부터 도제 교육(일·학습 병행제)을 받는 형태다. 학생들은 약 3년여간의 도제 교육 후 기업에 취업하게 되는데, 이들이 30세 정도가 되면 벌써 입사 15년 차의 직장인으로 성장해 안정적인 수입으로 중산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처럼 독일은 도제 제도를 통해 우수한 기능 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인재를 채용함으로써 지역 발전에 기여하며 튼튼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국립마이스터고 3개교(구미전자공고, 부산기계공고, 전북기계공고)를 소속 기관으로 두고,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교육 콘텐츠에 접목해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으로 직업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직업계고와 중소기업을 연계하기 위한 지원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계 수요와 연계한 맞춤형 직업교육을 통해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중소기업에 취업을 연계하는 '특성화고 인력양성 사업'과 직업계고 2학년부터 전문대 2학년까지 4년간 직접 연계해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기술사관 육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지원사업만으로는 직업계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다. 먼저 사회 지도층과 언론이 주도적으로 개인, 기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과학기술과 개인의 전문성에 있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예산 지원 등 직업계고 육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직업계고는 반도체, 인공지능 등의 미래 신산업과 지역 전략산업 등 현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과를 개편하고 우수한 취업처를 발굴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은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고졸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 능력과 실력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하고 실력이 좋으면 고졸 출신도 회사 임원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이처럼 직업계고와 중소기업이 지역의 우수 기술인력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때 지역 우수 기업의 인재 채용이 확대되고 결국 특성화고 인식 개선과 지역 경제 발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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