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발로 23년 봉사활동 편 이득화 씨 "돈 번 만큼 이웃에 봉사할 뿐이죠"

"제 봉사활동 보고 사람들이 모델 삼아 살면 사회가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

올해 받은
올해 받은 '자랑스러운 시민상' 상패를 보여주고 있는 이득화 씨. 이화섭 기자.

위기는 때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기회 삼아 제 2의 인생을 열고, 타인의 삶까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대구 북구 국우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득화(71)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씨는 올해 대구시청이 주는 '자랑스러운 시민상' 선행·효행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어르신 가정과 결손가정을 대상으로 정기 이·미용봉사활동부터 어르신을 위한 교통캠페인, 위문품 전달 등 다양한 이웃사랑을 실천한 덕분에 받은 상이었다. 이 씨의 이발소 안에는 23년간 이 씨가 행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받은 상장과 표창장, 상패들이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씨는 "손님들 중에는 상장 걸려있는 벽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냐'며 놀라서 묻는 분도 계셨다"고 말했다.

이 씨의 이발사 경력은 봉사활동 경력과 같은 23년이다. 나이에 비해 늦게 이발 기술을 배운 셈이다. 늦깎이로 이발사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IMF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당시 창원에 있던 대기업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IMF로 인해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면서 저도 그 칼바람 맞고 퇴직해야 했었습니다. 그 때가 한창 더운 여름이었는데 우연찮게 이발하러 이발소에 갔더니 왠지 그 직업이 부러워 보였어요. 그래서 이발사 분께 '사장님은 여름엔 시원한 데서 일하시고 겨울엔 따뜻한 데서 일하시니 좋겠습니다'고 하니 그 분이 멋쩍게 '이발 기술 배워두면 밥은 굶고 살지 않습디다'라고 하셨어요. 그 길로 이·미용 기술학원을 찾아갔지요."

살 길 막막하던 차에 한 줄기 빛이 된 이발 기술로 '밥은 굶고 살지 않겠다' 싶었던 이 씨는 일가 친척의 조언으로 당시 신축이었던 아파트 상가에 이발소를 열었다. 자격증을 따고 겨우 기술을 익힌 '초짜' 이발사였던 이 씨는 이 때 봉사활동의 길도 함께 걷게 되는 기회를 만난다.

"동네 근처 교회 목사님이 제 이발소 손님으로 오셨는데 '우리 식구들이 많은데 이발 봉사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무슨 말인가 했는데 교회에서 운영하는 아동복지센터에 와서 아이들의 이발을 해줄 수 있느냐는 말씀이었죠. 한창 이발 기술 자체에 적응하며 이발소를 운영하던 때라 흔쾌히 나섰고, 그게 인연이 돼서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소개받은 어르신들의 이발을 해 드리기도 했죠. 그러면서 이발 기술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이발사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때를 계기로 이 씨는 이발 봉사를 비롯해 '사랑나눔 교통봉사단'을 통해 지역민을 위한 봉사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봉사활동을 더 잘 하기 위해 사회복지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이러한 이 씨의 봉사활동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면서 다양한 매체에 소개됐다. 2021년에는 구조조정을 통해 자신을 해고했던 대기업이 만든 복지재단에서 이 씨에게 '의인상'을 주기도 했다.

지금도 이 씨는 매주 화요일 이발소 휴무일에는 이발 봉사활동을 나간다. 이 씨는 자신이 힘 닿는 데까지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봉사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힘은 사람들의 정인 것 같아요. 할 때는 힘들때도 있지만 나중에 고맙다고 인사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통해 힘을 얻어요.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온 만큼 이웃에 봉사하는 삶을 사는 거죠. 봉사활동하는 제 모습 보고 다른 사람들이 저를 모델 삼아 살면 사회가 좀 더 밝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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