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TK 시혜? 수요 대응?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서울 근무를 하면서 서울에 터 잡고 사는 친구들을 자주 봤는데 만나 보면 고향 대구경북을 떠난 시점을 기준으로 약간씩 차이를 보였다. 고교 졸업 직후 대학 진학과 함께 곧바로 떠난 친구들은 지역 출신이라는 색깔이 거의 없고 그냥 서울 사람이다. 대학을 지역에서 다니고 직장 따라 서울로 간 친구들은 그나마 고향 생각을 꽤 한다. 경북대나 영남대 등의 재경 총동창회가 열심히 활동하며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그런데 일찍 떠났든, 늦게 떠났든 지역 출신 수도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이 있었다. '국제공항이 지방에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필요 없다"는 대답을 내놓으면서 대구경북신공항을 대구경북(TK) 시혜 사업으로 규정했다. 수도권 언론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써 대는 '고추 말리는 공항' 논리에 세뇌가 된 탓도 있을 것이고, 고향에 대한 무지가 빚어낸 논리의 박약 때문이기도 했다.

수도권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달리 대구경북신공항은 항공 수요 계산이 면밀하게 이뤄져 온 수요 대응 사업이다. 이름만 국제공항으로 만년 적자 공항이었던 대구국제공항이 국제선 탑승객 폭증으로 인해 흑자 국제공항으로 올라선 것만 봐도 인천공항 원포트의 수용력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대구국제공항의 성장에는 수도권 항공 수요 이동이 있었다. 서울 강남이나 경기 남부권 주민들에게 인천국제공항은 멀다. 서울 강남역 기준으로 지하철로 인천공항을 가려면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지하철보다 소요 시간이 적은 공항 직행 버스 노선이 적잖지만 교통체증을 만나면 비행기 출발 시간에 못 맞출까 봐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이에 대구로 눈을 돌리는 수도권 수요층이 생겼고 저가항공사들이 이에 발을 맞추면서 큰 상황 변화가 생겼다.

반도체 등 신산업 발전 축을 따라 평택과 용인 등지로 수도권의 성장판이 더욱 남진하면서 수도권 남부에서 대구경북신공항으로 올 수 있는 여객·물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대구경북에다 호남·충청권 일부, 그리고 수도권까지 받아들이는 수요 응답형 공항으로서의 위상은 확실하다. 이제 공항으로의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교통망 확충 계획을 치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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