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자동차 세제가 불합리하다는 여론이 많다. 대통령실은 자동차세 부과 시 적용되는 배기량 기준을 차량 가액 등으로 대체하라고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 이는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 기준 개선'을 주제로 한 제4차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토론 참여자 중 86%가 개선에 찬성했다. 시대·환경 변화에 따라 합리적이고 공평한 세금 부과 필요성 등을 감안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4%로 가장 많았다. 대안으로는 '차량 가액 기준'이 가장 많이 제시됐다. 운행 거리·온실가스 배출량·중량 등의 기준들도 나왔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는 1967년 도입된 후 56년째 유지되고 있다. 1천cc 이하는 cc당 80원, 1천~1천600cc는 140원, 1천600cc 초과는 200원이 산출 기준이다.
과거에는 배기량이 큰 차가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이제는 배기량이 적어도 성능이 우수하고 비싼 차가 많고, 고가 외제차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격이 몇 배 차이 나도 세금이 같거나, 오히려 고가 차가 세금이 적은 '역진성' 문제가 생겼다. 찻값이 2천143만 원인 아반떼(1.6 가솔린)는 자동차세가 29만 원이나, 1억6천만 원인 테슬라X는 13만 원에 불과하다. 전기차는 13만 원만 일률 부과되어서다.
불합리한 세제는 개선해야 한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의 논리 중 하나는 환경오염 억제이다. 하지만 현재 차량 출시 후 매년 5%씩 할인, 11년이 넘으면 50%를 감면한다. 이는 친환경 취지에 어긋난다. 차량 가액이 기준이 되면 전기차의 세금이 크게 오르게 된다. 이는 전기차 구매 저조를 불러, 친환경 정책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조세 전문가들은 새 과세 기준으로 가격과 탄소 배출량을 조합한 혼합형이 바람직하고, 전기차는 중량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과세 형평성과 친환경 정책의 조화가 절실하다. 정부는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잘 검토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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