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추석 명절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고유의 명절 분위기는 점점 퇴색되어가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설날이나 추석명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내 머리를 채워주는 것이 가족의 존재다. 1년 365일을 일과 싸우듯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도 명절이 되면 언제나 내게 힘이 되는 가족의 품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런데 유독 이번 추석명절을 떠올리면서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존재가 너무도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내 나이 6살 때 돌아가셨기에, 아버지라는 이름만 내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뿐, 아쉽게도, 아버지의 모습과 추억은 하나도 기억할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더욱 어머니가 그립다. 아버지를 여의신 어머니는 홀로 우리 3남매를 전투하듯이 키웠다.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침 일찍 돈을 벌기 위해 나가시고, 옆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열심히 사셨다는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지금의 끈기, 그리고 억척같은 나의 생활력과 돌파력은 어린 시절 내가 봐왔던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 내가 손을 놓으면 내 가족이 굶을 수도 있다는 간절함 때문에 피곤함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여전사와도 같은 어머니의 억척같은 노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다짐하곤 했다. "나는 꼭 성공할 거야. 그리고 내 어머니에게 그 성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할거야"라고. 그런데 세상은 참 야속하기 그지없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어느 날 어머니는 나의 간절한 소망을 뒤로 한 채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너무도 황망했다. 고지가 바로 코앞인데…. 참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되뇌이게 된다.
뜻하지 않은 어머니와의 이별은 어린 시절 가난이 싫어 어머니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말을 서슴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정말 내가 미치도록 미웠다. 그런 나의 투정과 차디찬 냉소에도 나의 어머니는 너그러운 미소만 지을 뿐, 언제나처럼 여장부의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이어 나가셨다. 나의 투정과 불평이 도를 넘어 무례하기까지 했던 기억들도 있는데, 어머니는 항상 한결같았다.
하루하루 우리 3남매의 안위만을 생각하면서 묵묵히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신 것이다. 그런 어릴 적 후회스러운 모습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추석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여장부이시면서 너그러웠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머리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품도 그립다.
가끔 아침 출근길에 거울을 보면, 과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셨던 나의 어머니가 거울 속에서 나에게 손짓한다. 그렇다. 지금 내가 열정적으로 때로는 진심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그 모습이 나의 어머니 그 자체인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강인한 여전사의 DNA를 물려주신 것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어머니 그곳에서는 편하게 계시죠? 그리고 어머니 저 지켜보고 계시죠? 아마도 살아계실 때처럼 저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보고 싶고 보고 싶은 나의 어미니.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3남매에게 주시던 사랑 잊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파수꾼이 되겠습니다.
나의 어머니여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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