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한국 실험미술’전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지금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조명이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의 공동기획으로 한국 실험미술전이 뉴욕구겐하임미술관에서 오픈한 전시다. 이 순회전은 지난해 서울 전시에 이어서 9월 1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그리고 내년 2월 11일부터는 LA 해머미술관으로 이어진다.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은 전환의 시대에 미술로 호흡한 예술가의 태도이자 시대정신이었으며 동시에 국제적 흐름에 맞는 새로운 미술의 모색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당시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 역시 반전운동이나 68혁명 등 시대정신에 따른 변화의 바람이 불던 시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청년작가들은 앞선 시대를 향했다.

국내 현대미술은 사회적 변혁기에 청년미술가들의 해프닝과 이벤트를 통해 한국 실험미술로 탄생했다. 그것은 새로운 장르였던 오브제와 설치 그리고 행위미술 나아가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시도였다. 이러한 미술활동은 시대 전환에 대응하는 청년미술인들이 모여 새로운 미술을 향한 도전이자 변화를 향한 시대적 초상이었다.

기성 미술계와 차별화를 선언한 60-70년대 청년예술가들의 작품이 뉴욕구겐하임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는 당시의 시대정신이 담긴 작품만이 아니라 실험미술을 시도했던 개인과 단체의 주요 활동까지 소개하는 전시다. 이번 순회전이 의미를 갖는 것은 전통의 재발견과 재해석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현재를 체화하고자 했던 한국 실험미술의 실존적 가치가 투영된 자생적 미술운동이 지녔던 작가들의 자의식이다.

이번 미국순회전시인 '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전은 현대화 과정에 한국의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한 작가적 태도가 투영된 작품으로 아카이브로서도 소중한 가치가 있다. 당시의 예술적 논리와 토대를 정립했던 변화의 시대를 눈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전시가 아닐 수 없다.

60-70년대 개념적 이벤트와 설치미술로 매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던 한국 실험미술은 현재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러한 활동은 70년대 파리비엔날레와 상파울로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한국 실험미술이 대구에서 '대구현대미술제'로 부활해 1974~79년까지 5회가 진행됐다.

달성군은 이러한 실험미술이 이뤄졌던 장소에서 2012년 '강정대구현대미술제'로 매년 전시를 이어오다가 2019년부터 달성대구현대미술제로 명칭을 변경해 전시를 한다. 과거와 미래를 품은 현재 진행형인 실험미술의 의미를 되새기며 '달성대구현대미술제'가 한국 실험미술을 이어가는 21세기의 비전이 담긴 미술제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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