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선고에 개입하는 등 재임기간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각종 재판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 사실을 적시해 재판에 넘겼으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재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사법 행정이나 특정 판결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들 명단을 작성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실제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도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 법관 재외공관 파견 등 대법원 역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청와대·외교부 등의 지원을 받거나 대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헌법재판소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법부의 조직적 이해관계까지 고려된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며 "재판독립을 파괴하고 특정 판결을 요구해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철저히 무시됐고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로 2019년 2월11일 구속기소됐으나 곧 보석으로 석방된 채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1심 결심 공판은 검찰의 기소 후 약 4년7개월 만으로 277회에 걸친 초장기 공판이 됐다. 피고인들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대부분 동의하지 않아 당사자들을 법정에 불러 신문해야 했고, 검찰은 증인으로 211명을 신청했다.
또 법원 인사이동으로 재판부가 교체되자 공판 갱신 절차를 형사소송법 원칙을 지켜야 한단 피고인 측 주장으로 2021년 4월부터 7개월 가까이 법정에서 앞서 있었던 증인신문 녹음파일만 재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양 전 대법원장의 폐암 수술 역시 재판이 빨리 진행되는 데 걸림돌이 됐다.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는 100명이 넘고 이중 14명이 기소됐다. 6명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고, 2명은 2심까지 무죄, 다른 2명은 2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아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명은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 사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왔고 결심 공판 이후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번 사건 선고공판은 복잡한 재판 내용과 자료의 양을 고려했을 때 올 연말쯤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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