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2차 대전 후 독립한 전 세계 140여 나라 중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특히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어렵게 확립한 민주주의이기에 잘 가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금 흔들리는 것을 넘어 미증유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 원인의 하나는 정치적 양극화다. 이념적 차이를 넘어 상대 진영을 적(敵)으로 여기는 대립 구도가 심화됐다. 대화와 양보, 타협 등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덕목들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적개심과 대립, 분열이 차지했다. 이 와중에 상식과 법치마저 실종됐고 승복(承服) 문화도 사라졌다.

가짜 뉴스와 돈으로 '선거를 통째 훔치려는' 시도들이 빈번해진 것도 민주주의를 최대 위기로 몰아넣는 요인이다. 지난 대선을 사흘 앞두고 야권 성향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윤석열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때 대장동 대출 브로커를 만나 커피를 타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보도가 가짜 뉴스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서 어떤 세력이 가짜 뉴스로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하려 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를 뒤흔든 중대 범죄다.

대선 직전 가짜 뉴스를 퍼뜨려 승부를 뒤집으려고 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 씨가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폭로한 녹음테이프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후보가 낙선한 뒤였다.

선거에서 돈이 난무하는 일도 갈수록 기승이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오간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 의원 1명이 구속됐다. 이와 관련,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선거에서 가짜 뉴스와 돈이 판을 쳐 표심(票心)이 왜곡되고 선거 결과가 뒤바뀌면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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