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주면 취업시켜줄게"…반복되는 미군부대 취업사기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8명…피해액은 1억8천만원
미군부대 취업 미끼로 한 범죄 수 차례 반복돼
내부 공고 우선하는 채용 특성상, 관계자 제안에 솔깃

15일 오후 2시 30분 대구 캠프워커 후문 옆 공원에서 미군부대 취업사기 피해자 홍준기(44) 씨 등이 규탄집회를 열고 피해를 호소했다. 윤수진 기자
15일 오후 2시 30분 대구 캠프워커 후문 옆 공원에서 미군부대 취업사기 피해자 홍준기(44) 씨 등이 규탄집회를 열고 피해를 호소했다. 윤수진 기자

'미군부대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취업사기가 반복되고 있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군부대의 특성을 악용해 불경기 속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5일 오후 2시 30분 대구 남구 캠프워커 후문 옆에서 홍준기(44) 씨는 "금품요구 취업사기 규탄한다"라는 팻말을 들고 지인 3명과 함께 시위에 나섰다. 본인의 피해 사례를 시민들에게 알려 미군부대 취업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홍 씨는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소개받은 A(51) 씨에게 미군부대 취업을 조건으로 2천500만원을 전달했다. 10년 동안 PC방을 운영한 홍 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폐업했다.

두 아이의 양육비를 마련해야 했던 홍 씨에게 "업무강도가 낮고 정년이 68세까지 보장되며 자녀 학자금까지 지원한다"는 미군부대 취업은 솔깃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3개월 안에 미군부대 5급 기능직(KWB)에 취업할 수 있을 줄 알았던 홍 씨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홍 씨는 미군부대에 취업할 수도 없었고, 돈을 돌려받을 수도 없었다. 지난 5월 홍 씨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평택 오산 공군부대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4월까지 지인 8명을 대상으로 "자녀를 캠프워커 등 미군부대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약 1억8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해온 대구 북부경찰서는 지난 7월 A씨를 구속 송치했다.

이런 범죄 행위가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미군부대에 채용시켜주겠다며 한국인 23명에게 6억1천만원 받은 혐의로 주한미군 직원 4명 구속기소됐다. 지난 2016년에도 미군부대 취업을 빌미로 1억원 가량의 금품을 받아 가로챈 50대 왜관 캠프캐럴 전 직원이 구속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5월 취업 희망자 5명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부정채용을 진행한 미군부대 한국인 간부가 구속기소됐다.

주한미군 미군부대 취업사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외부 공고가 잘 나지 않는 미군부대의 채용 특성 때문이다. 주한미군 측과 노조가 맺은 규정에 따라 부대 내 공석이 생길 경우 내부 채용을 우선 진행한다. 내부 채용에도 선발자가 없으면 주한미군 인사처를 통해 정식 공고가 외부에 게재되는 식이다.

홍 씨는 "코로나19 때 받은 자영업자 대출까지 갚아야 해 너무 힘든 상황이다"며 "비슷한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A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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