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보다 비싼 사과'가 유통되면서 추석 소비자 차례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각종 자연재해와 병충해로 사과값이 지난해의 3배까지 뛴 탓이다.
이번 주부터는 사과 값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국 대표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서 상인들은 재고가 쌓여 손해가 막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송사과 20㎏ 25만원…물건 떼가도 팔 수 있겠나"
"17만원 낙찰이요."
지난 4일 청송사과유통센터 청송군농산물공판장에서 올해 첫 청송사과 경매가 열렸다. 이곳은 전국 사과값 가이드라인을 잡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과 물가 지표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날 경매 초반부터 지난해 최고가를 넘기는 홍로(20㎏) 낙찰가가 나왔다. 머지않아 경매를 거듭할수록 최고가 기록이 깨지면서 최고 25만원까지 나왔다.
청송사과유통센터에 따르면 이날 총 76톤(t)의 사과가 경매에 부쳐졌다. 홍로(20㎏) 평균 낙찰가는 11만7천원으로, 지난해 평균 낙찰가 5만원의 2배 수준이다.
사과값이 이처럼 폭등한 것은 올해 초부터 잊을 만하면 찾아온 냉해와 우박, 집중호우, 태풍 등 이상 기후에 낙과와 흠과가 속출한 영향이다. 올해 사과의 산지 출하량은 전년 대비 60%로 급감했다.
산지 사과를 경매해 도·소매상에 유통하는 중매인들은 20㎏ 당 15만~20만원 사이의 사과를 두고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다. 예년보다는 비싸지만 치솟은 물가를 감안하면 적정 가격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매물이 좋다 싶으면 너무 비싸 눈치를 보다가 놓치기 일쑤였다.
중매인 A씨는 "영세 중매인들은 만원이라도 싼 걸 낙찰받으려고 눈치싸움을 하는데, 자금력이 되는 쪽에서 다 받아 가니 속만 태웠다"며 "비싸더라도 납품처가 있어서 안 살 수는 없고 울며 겨자 먹기 심정"이라고 말했다.
'좋은 사과' 쟁탈전에 뛰어든 중매인들은 혹여나 손해만 볼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품귀' 수준인 양질의 사과 위주로 떼다 팔려니 중매인 간 치열한 입찰 경쟁 탓에 지출 부담이 너무 크고, 기껏 사더라도 비싼 가격에 소비자가 외면할 것만 같아 불안한 탓이다.
중매인 B씨는 "청송사과 낙찰을 부탁받고 왔다. 좋은 사과를 고르긴 했지만 대부분 20㎏에 20만원을 웃돌아 모두 팔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사과 농가끼리는 '빈익빈 부익부'로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운 좋게 자연재해 영향을 덜 받은 상등품 수확 농가들은 몇 년 만에 큰 수익을 낼 수 있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와 달리 병해와 낙과를 앓고서 겨우 경매에 참여한 농가는 "저 많은 사과가 우리 과수원 것이어야 했다"며 경매 내내 울상이었다.
청송 한 농민은 "사과 가격이 좋아 한알이라도 더 내려고 고이 모시고 이곳까지 왔다"며 "흠과나 낙과도 상태가 좋으면 다 사가므로 올해는 우리집에서 남겨 먹을 것도 귀하다"고 했다.

◆"올 추석 선물, 사과 대신 한우가 쌀 지경"
기록적인 사과 값 폭등 탓에 올 추석 선물의 입지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동시농산물도매시장 등에 따르면 18일 기준 사과 대과(최상품)의 낙찰가는 한 상자(20㎏) 당 최고 34만9천원까지 나왔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 데다 전년 동월 최고가 상자당 25만원보다 9만9천원 이상 오른 값이다.
전년대비 상승률을 보면 대과가 50%가량 올랐고, 중소과는 150%, 흠과는 200%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기존 3만, 4만원 하던 흠과의 상자당 경매가도 올해 최고 14만원까지 오른 바 있다.
실제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안동농협농산물공판장에 입고된 사과 물량은 전년보다 5만 상자, 1천 톤(t) 이상 줄었다. 안동지역 2개 공판장에서 유통되는 사과는 전국 유통 물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안동농협 공판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올해 사과는 한우보다 비쌀 지경이다. 나라도 같은 값이면 사과 대신 한우를 사겠다"고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당장 소비자에게 사과를 팔아야 할 전통시장 등 영세 상인들도 부담이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농협 경매에 참여한 한 중도매상인은 "사과가 아무리 저장성이 좋아도 어쨌든 생물이다. 소상인들이 많은 재고를 보유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0상자를 구입하면 비싸도 1천400만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2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당장 좋은 사과를 팔겠다고 비싸게 대량 구매했다가 소비자가 외면해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재고를 떠안는다면 그것대로 또 손해라고 생각하는 상인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사과 값은 이번주 중 최대치를 찍을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추석 명절 선물을 살 때인 데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장만하느라 대과 소비가 느는 시점이다.
안동농협농산물공판장 관계자는 "사과 값은 추석을 보름 앞두고 선물용으로 쓸 수 있는 최상품의 가격이 가장 높아진다"며 "이미 한 상자 30만원 최고가가 나왔으니 추석 전까지 최고 40만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