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일값 폭등에 전통시장 울상…"손님들, 추석선물 과일 대신 고기 산다더라"

경북 전통시장, 예년보다 한적한 분위기…물가 오른데다 과일값까지 폭등한 탓
시장 손님 "올해는 차례상 속 과일 줄이고 최상품 대신 중품"
상인들 "과일값, 수십년 새 최고…비싸게 사놨는데 계속 외면받을라"

중앙시장 모습.
중앙시장 모습.

추석 선물과 차례상차림 쇼핑에 여념이 없어야 할 소비자들은 과일값이 전에 없이 뛰자 구매를 꺼리는 눈치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곧 있을 추석 대목을 놓칠 뿐 아니라 손해마저 막심할까 근심이 크다.

17일, 추석을 1주일여 앞둔 주말임에도 경북 전통시장들은 예년 이맘때보다 훨씬 한적한 모습이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가운데 과일값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날 안동 중앙신시장 과일가게 앞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추석은 조상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날이니 지금까진 차례상 차림에 아낌이 없었다"며 "죄송스럽지만 올해는 과일 가격이 턱없이 높아 양을 줄이고, 최상품보다는 중품으로 준비하려 한다"고 했다.

상인들은 비싼 값에 과일을 떼다 놓고도 명절 대목 특수를 놓칠까 불안한 눈치였다. 추석 차례상에 대한 정서가 예전 같지 않아 상차림을 간소화하는 사회 분위기도 상인들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중앙신시장 과일 판매상들은 "가끔 손님들이 가격을 묻긴 하지만 정작 구입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A씨는 "20년 넘게 과일가게를 운영했지만 이렇게 과일이 비싼 적은 거의 없었다. 손님들은 벌써 '사과 3개를 올리던 차례상에 1개만 올려야겠다'는 반응이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17일 오전 구미새마을중앙시장에서 소비자가 과일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조규덕 기자
17일 오전 구미새마을중앙시장에서 소비자가 과일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조규덕 기자

같은 날 구미새마을중앙시장 청과상인 B씨도 "작년에는 10㎏ 사과 1박스를 6만원에 가져왔는데 지금은 8만원은 줘야 가져올 수 있다. 조만간 10만원을 넘길 것 같다"며 "4㎏ 복숭아 1박스도 지난해 2만원대 중후반에서 지금은 3만6천원으로 올랐고, 2만5천원이던 5㎏ 토마토 1박스도 지금은 3만7천원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B씨는 "손님들이 사과 대신 전보다 저렴해진 샤인머스캣으로 품목을 바꾸거나, 2만원어치 살 것을 1만원어치만 사가는 경우도 많다"며 "최근 두 달간 물가가 많이 오르는 바람에 손해가 크다. 잘 될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버티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판매상 입장에서는 추석 특수를 고려하면 비싸더라도 물건을 많이 들여놓을 수밖에 없다. 재고가 많이 남아 가치가 하락하는 등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안동 중앙신시장 상인 D씨는 "올 추석에는 선물용 과일 판매는 사실상 포기했다. 매출 급감은 불 보듯 뻔하다"며 "청과상인들과 달리 고깃집이나 가공품 판매 상인들은 오히려 선물용 매출이 늘 것을 기대하고 있어 부럽다"며 한숨 쉬었다.

박성배 선산봉황시장 번영회장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가가 많이 올라 상인들이 울상"이라며 "그렇다고 물가가 언제 잡힐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