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국 응급실 이용 건수는 815만5천437건으로 전년 대비 21만9천690건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점차 기존 규모로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응급실은 의료 현장의 최일선에서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곳이지만, 관련 제도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올해 3월부터 종합병원 승격 및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대구 강남병원 응급의학과 지주희 원장과 함께 응급의료비 지원 제도, 응급실 이용 시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살펴봤다.
◆응급의료비 대불 제도
응급실 의료진들은 정말 검사가 필요한 응급상황임에도 진료비 부담으로 검사를 거부하는 환자들을 많이 본다고 토로한다. 당장 검사를 하고 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가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재차 설명해도 비용 부담 때문에 그냥 집으로 가겠다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1995년 도입된 응급의료비 대불 제도는 응급환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비를 지출할 수 없을 때 국가가 의료비를 대신 지급해 주고 나중에 국가가 상환 의무자로부터 돌려받는 정책이다.
응급 증상으로 진료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며, 응급에 해당하지 않으면 응급실을 이용하더라도 응급의료비 대불 제도의 이용 대상이 아니다. 응급의료 대불제도는 전 국민 누구나 법률이 정한 응급 상황에 해당하면 동네병원 응급실에서부터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응급의료비 대불 제도 신청 방법은?
응급의료비 대불 제도는 간단한 절차로 신청 가능하다.
응급실 창구나 원무과에 환자의 신분과 응급의료 대불 신청 의사를 전달하고, 응급진료비 미납확인서에 동의 및 사유를 작성만 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향후 절차는 의료기관에서 진행한다. 만약 의료기관에서 거부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보건복지부로 전화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환 의무자가 소득과 재산이 있음에도 대지급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재산 상황 등을 파악해 소송 또는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에게 의료비 납부 의무에 대해서만 안내를 할 뿐, 제도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홍보뿐만 아니라 병원에서의 안내도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병원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관련 심사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아 진료비 삭감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주희 강남병원 응급의학과 원장은 "생명을 앞에 두고 진료비로 인한 환자와 의료인의 마찰은 없어야 하며, 이런 급하지 않은 논의 때문에 정작 급한 진료가 밀려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생명이 가장 우선인 만큼 심사 기준 부합 여부, 진료비 납부에 대한 동의 등이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제도 홍보와 정부의 실질적인 제도 이행이 선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응급실 진료 순서는 '중증도 순서'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접수한 순서대로 진료를 받지만, 응급실에서는 많이 다치거나 빨리 치료해야 하는 환자가 우선이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환자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경우라면 응급실에 늦게 왔더라도 먼저 진료를 실시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남들보다 먼저 응급실에 왔더라도 다른 사람이 치료를 받는 동안 오래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응급실 의료진들은 환자가 느끼는 통증, 증상의 정도가 의료진이 판단하는 중증도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지 원장은 "비의료인이 보기에는 피가 나는 열상 환자와 급성복증 환자 두 명 중 열상 환자가 더 위중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실에선 급성복증 환자를 더욱 중한 환자로 본다"며 "이 밖에 요로결석 환자의 경우 통증이 굉장히 심한데 중증도로 따지면 심혈관 질환 환자 등에게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자원 이용 신중해야
응급실, 의료진 등 응급의료자원은 한정적인 만큼, 위급한 환자들이 제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응급의료 현장에선 단순 감기, 열상과 같은 경증임에도 구급차로 내원하는 경우를 적잖게 볼 수 있다.
지 원장은 "특정 지역을 관할하는 구급차가 경증 환자에게 사용되면 정말 위중한 환자가 제때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또한 정말 위중한 상황이 아니라면 무조건 대학병원 응급실이 아닌 가까운 동네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급대-병원 중증도 기준 통일
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올해 정부는 대대적인 응급의료시스템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을 통해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앙·권역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지역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지역기관으로 각각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급대와 병원 간 중증도 분류 기준을 통일해 구급대가 적절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하고, 구급차를 이용하지 않고 응급실을 찾는 경우에도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상담을 통해 중증도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또한 환자들이 무작정 큰 병원으로 가는 사례를 막고자, 비응급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우 다른 병원·응급실을 안내하거나 높은 본인부담금을 사전에 안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움말 지주희 대구 강남병원 응급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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