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음료를 그렇게 찾으면서, 마라탕으로 식사하고 탕후루를 디저트로 먹는다."
요즘 MZ의 식습관을 관통하는 말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MZ들은 설탕을 줄이기 위해 제로 탄산음료, 이온 음료에 심지어 무가당 술까지 찾아 먹는다. 그런데 칼로리 폭탄인 마라탕을 식사로, 설탕 덩어리인 탕후루와 개성주악 등을 디저트로 먹는 MZ들을 꼬집는다.
MZ들은 어쩌다 이런 식습관을 가지게 된 걸까? MMM도 여기에 의문을 품고 직접 취재했다. 대체 왜! MZ들은 이런 음식에 열광하는지….
그것이 알고싶다! MMM 오늘 주제는 MZ의 'FnB'(Food and Beverage)다.
◆MZ의 일상을 따라가보니…
고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는 A양. 오늘은 때마침 학원 수업도 없고, 숙제도 이미 다 끝냈다.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디저트까지 먹기로 한다. 그들이 먼저 찾은 곳은 학교 인근의 마라탕집. 청경채, 푸주, 버섯, 피쉬볼을 넣는다. 비엔나 소시지, 납작당면, 소고기, 치즈떡도 가득이다. 빨간 국물에 여러 재료와 향신료가 들어가 있어 소위 '중국' 음식의 냄새가 물씬나게 맵지만,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워버렸다.
배도 부르니,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냐고? 무슨 소리.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다르다'는 말도 못 들어보셨나! 이제 디저트 배를 채울 차례. '탕후루 가게'를 보니, 단단한 설탕이 붉은색의 스테비아토망고와 딸기, 검은색의 블랙사파이어, 주황색의 귤과 망고 등 형형색색의 과일을 뒤덮어 참 먹음직스럽다. 실제로 한 입 씹으면 '오도독'하는 소리와 함께 설탕의 단맛과 과일의 상큼함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디저트로 제격이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또 다른 MZ인 B씨도 살펴보자. 점심은 인근 떡볶이 가게로 가 '마라맛 떡볶이'와 콜라를 먹는다. 여자친구가 일반 콜라를 시키자, B씨는 종업원에게 "제로로 주세요"라고 한다. 후식은 근처 카페로 가 개성주악(한과의 일종)을 먹는다. 기름이 너무 많아 입술이 번들거리지만, 달달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저녁은 시원한 맥주다. B씨는 며칠 전부터 '먹태깡'이 먹고 싶다는 여자친구의 외침에 온 동네 편의점을 뒤진 끝에 이를 구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SUPER DRY 아사히 생맥'. 생맥주의 느낌을 캔으로 그대로 재현해 요즘 한창 인기다. 먹태·청양고추·마요네즈의 맛이 나는 '먹태깡'과 맥주 거품이 올라오는 'SUPER DRY 아사히 생맥'의 조화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자, 이 A와 B씨가 누구냐고? 물론 가상의 인물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보고 들은 스케줄 아닌가? 혹은 직접 해보지는 않았는지? 요즘 MZ들이 즐기는 음식 코스를 그대로 옮겨와봤다.
이외에 마라탕에서 파생된 마라 떡볶이와 마라라면도 인기다. 매운 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불닭볶음면'으로 시작된 매운라면 열풍은 최근의 '신라면 더 레드'를 비롯해 수많은 신상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유행 음식들…. 대체 왜 먹는 걸까?
◆소비자 "SNS에다 호기심 영향"
MZ들은 대개 SNS의 영향을 꼽았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서 '이런 음식'이 유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궁금증에 처음 맛봤다는 것이다.
대학생 정소현(27) 씨는 "인스타에서 유행해서 알게 됐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탕후루와 마라탕을 이 경로로 접했다. 약과는 '쿠키'와 같이 변형된 조합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C씨는 '유행해서 유행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너도나도 이 음식을 유행처럼 접하니 그 유행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사히, 먹태깡같은 것들은 한정된 수량 때문에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더욱 부추긴 것 같다"며 "마라탕은 학교 급식 메뉴에도 나온다는 것을 보니, 이제 유행을 지나 하나의 음식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대부분 'SNS'의 영향을 꼽은 반면, 판매자들은 ASMR, 디자인, 맛 등 다양한 이유를 꼽았다. 최성한 대단한탕후루 반야월점 대표는 "유튜브에서 탕후루 ASMR이 유행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하루에 400개 가까이 판매가 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고, 박향순 쿵푸탕후루 신서점 대표는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 상큼하고 다양한 과일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라탕의 인기 요인으로는 '다양성'을 꼽았다. 최지현 마라홀릭 대표는 "마라탕의 재료와 맵기 단계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각자 선호하는 맛을 다양하게 즐겨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개성주악을, 더현대 대구는 탕후루를 팝업스토어로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MZ 세대들의 유행을 반영했다. 맛도 좋아야 하지만, 사진으로도 예쁘게 나와야하는 게 요즘 세대의 음식 특징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전문가 "트렌드에 민감+미디어 영향"
그런데, 비단 음식 유행은 최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0년 사이만 생각해도 수많은 음식이 새로 나고 죽었다. 그 중 큰 인기를 끌었다가 금방 시들어 간 음식이 있다. '대왕 카스테라'와 '벌꿀 아이스크림'이 그 주인공. 한 때 전국적으로 수십, 수백 개의 점포가 우후죽순 생겨나더니 여러 논란 속에 이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술'도 빠질 수 없다. 때는 바야흐로 2015년, 모든 술꾼의 총애를 받은 '과일 소주'가 등장했다. 유자맛을 시작으로 블루베리, 복숭아, 청포도, 사과, 자몽 등 많은 제품이 주류 시장을 강타했다. 당시 술집에서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이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었지만, 과한 첨가물 냄새와 극도의 숙취 등으로 인해 점차 인기를 잃었다. 아! 그러고보니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했던가. '오리지널 소주'만이 언제나 그랬듯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으뜸은 '허니버터칩'이다. 일명 '허니버터칩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줄까지 서가며 이를 구매했다. 판매점 측에서는 인기 없는 제품과 허니버터칩을 묶어 판매하는 전략까지 세웠던 것을 기억하는지! 당시 사람들은 이 같은 전략을 "치사하다"고 표현했지만, 이 역시 작은 투정일 뿐…. 판매 전략은 적중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트렌드에 민감한 MZ의 특성과 미디어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세계적으로 음식 문화에는 트렌드가 있고, 그 트렌드가 우리의 입맛에 맞게 국내로 들어온다"며 "여기에 공유 속도가 빠른 SNS와 언론이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면서 일종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밴드왜건효과(뚜렷한 주관 없이 대세를 따르는 현상)도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뭘 먹고 맛있다고 하니까 다 몰리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음식에 익숙한 세대들은 시간이 많이 지나도 이 음식들을 계속 찾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여기까지 MMM이 알아본 요즘 MZ들의 FnB다. 각자 보는 시각이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SNS'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인들 어떠하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를 먹고 마시며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적당히' 즐긴다면, 그걸로 됐다. 단, 적당히 매너있게 즐기자. 요즘 탕후루 쓰레기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 뉴스를 본 이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터. 자기가 먹은 핫한 음식 쓰레기는 아무 곳이나 내던지지 말고 깔끔하게 잘 처리하기! 약속.
MZ의 F&B 시식 영상을 보고 싶으면 MMM 인스타그램(@Maeil_MZ_Magazine)으로 오세요~
댓글 많은 뉴스
이낙연 "민주당, 아무리 봐도 비정상…당대표 바꿔도 여러번 바꿨을 것"
'국민 2만명 모금 제작' 박정희 동상…경북도청 천년숲광장서 제막
위증 인정되나 위증교사는 인정 안 된다?…법조계 "2심 판단 받아봐야"
일반의로 돌아오는 사직 전공의들…의료 정상화 신호 vs 기형적 구조 확대
"이재명 외 대통령 후보 할 인물 없어…무죄 확신" 野 박수현 소신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