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 초대석] '탈중국' 타령 할 때 아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한국 경제는 경제를 끌고 가는 3두마차 수출, 소비, 투자 모두 감소세로 돌아서 고전 중이다. 특히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4%에 달하는 한국은 그간 달러 박스였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그간 한중 수교 30년간 6천754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중국에서 이젠 전통산업의 대중국 선발자 우위가 사라졌고 치열한 경쟁자로 중국이 등장했지만 한국은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킬 전략이나 유망 산업 발굴 노력은 없고 '탈중국' 타령만 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은 모두 탈중국(Decoupling)에서 디리스킹(De-risking)한다고 난리고 독일과 프랑스는 총리가 직접 중국에 쫓아가고, 미국은 장관을 줄줄이 보내고, 일본은 대규모 경협 사절단이 중국을 가는데 우리는 한중 정상회담 언제 하나에만 관심이다.

돈 되면 동맹이지만, 돈 안 되면 언제든 돌아서는 것이 국제관계다.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규제를 더 강화하려 하자 미국반도체협회가 반대하고 나섰고, 미국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인 노광 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자 네덜란드의 ASML은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한국은 미국의 우방과 동맹으로 IPEF, CHP4, 한미일 동맹 등에서 반도체, 배터리, 외교 분야에서 줄 것은 다 주었지만 얻은 것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지금 중국은 전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국이고 반도체 장비 수입국이다. 전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핸드폰, 노트북의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이것이 미국과 유럽, 일본이 탈중국에서 디리스킹한다고 말을 바꾼 진짜 이유다.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중국을 이용해서 돈 벌어 가겠다는 얘기다. 중국을 방문한 러먼드 상무장관이 상해를 방문해 디즈니랜드와 보잉 공장을 방문한 것이 증거다. 미국은 디즈니 외교, 비행기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돈에 물어보면 답이 있다. 온 인류가 100년 만에 닥친 코로나균에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나니 다시 경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난세에 영웅이 나고 불황에 거상이 난다. 바이오 혁명과 지능 혁명이 새로운 영웅과 거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구 590만 명의 작은 나라 덴마크의 당뇨병, 비만 치료제 회사 노보노디스크의 시총은 삼성전자를 넘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에서 IP를 뽑아 AI를 만들고 이것을 로봇 머리에 심는 혁명이다. 영국의 반도체 IP 회사 ARM은 상장하자마자 하이닉스의 시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AI 시대에 대만 출신 CEO 젠슨 황이 만든 GPU 회사 엔비디아는 세계 시총 6위로 삼성전자 시총의 3배다. 엔비디아의 칩을 파운드리해 주는 대만의 TSMC의 시총은 삼성전자의 1.3배다.

이 기업들 모두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유망 산업이기 때문이다. 비만이나 탈모를 치료해 주고 당뇨병을 낫게 해 주는 해피 드러그(happy drug), 힘든 블루칼라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로봇산업, 지루하고 반복적인 문서 작업에서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해방시키는 것이 AI산업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바이오 혁명과 지능 혁명의 시대에는 창의성이 문제지 나라의 크고 작음이 문제되지 않는다. 노보노디스크를 키운 590만 명 인구의 덴마크, 세계 1위의 파운드리 회사 TSMC를 키운 인구 2천300만 명의 대만이 좋은 예다.

세계 노인 인구의 5분의 1이 중국인이고 1인당소득 1만3천 달러대의 중진국 중국은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치료약의 세계 최대 시장이다. 소득 향상과 패스트푸드 등의 식생활 변화로 비만 인구 역시 세계 최대다. 미국의 7배에 달하는 전기차 시장이 지금 중국이다. 미국의 제재가 없는 전기차용 반도체와 전장품에서 중국 시장을 노린 제품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제약 바이오 시장과 전기차, AI 시장을 옆에 두고 있으면서 중국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전통산업을 붙들고 '탈중국' 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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