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으라차차! 2030 아티스트] 대구단편영화제 지역 대상 '겨울캠프' 장주선 감독

"힘든 시기를 겪는 모든 분들…희망 가졌으면"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 엄마와 딸 이야기
올곧은 개인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달 열린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대구경북지역 영화 경쟁 부문 대상에 장주선(28) 감독의
지난달 열린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대구경북지역 영화 경쟁 부문 대상에 장주선(28) 감독의 '겨울캠프'가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겨울캠프 스틸컷. 제 24회 대구단편영화제 홈페이지.

지난달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고광준 감독의 '파지'가 국내경쟁 대상작을 차지했다면 대구경북지역 영화 경쟁 부문인 애플시네마 부문 대상엔 장주선(28) 감독의 '겨울캠프'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대구 영화학교 2기 졸업생이다.

심사위원 세 명의 만장일치로 대상작에 선정된 '겨울캠프'는 일상의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는 영양사인 엄마 은혜와 아토피를 앓고 있는 딸 '주영'의 이야기다.

은혜는 외골수적인 면모로 직장 동료들은 불만이 많다. 그런 은혜에게 가장 시달리는 건 딸 주영. 은혜는 딸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주영이 친구들과 간식 한번 먹을 수 없게 한다. 은혜의 마음도 편치 않다. 하지만 딸의 회복을 위해선 자신이 독해지는 것밖에 없다. 마지막 치료 방법으로 생각했던 겨울 아토피 캠프가 곧 열리지만 참가비 마련은 좀처럼 어렵다. 딸이 아토피 때문에 겪는 좋지 않은 상황들로 엄마 은혜는 매번 '선택'의 순간으로 내몰린다.

대구단편영화제 심사위원들은 "겨울 캠프는 단단한 개인이 얼마나 쉽게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무엇인지 명료하게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겨울캠프의 장주선(28) 감독. 배주현 기자
겨울캠프의 장주선(28) 감독. 배주현 기자

지난 1월부터 쓰기 시작했다던 '겨울캠프'의 시나리오는 장 감독이 매일 집과 지하철 역을 오가며 봤던 플랜카드 문구에서 시작됐다. '뭐든지 다 낫게 해드립니다'다.

장주선 감독은 "집에서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 '뭐든지 다 낫게 해드린다'라는 치료법을 홍보하는 플랜카드가 있었다. 평소에는 '이상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지나쳤지만 기분이 우울하거나 몸이 아픈 날엔 괜히 그 문구를 믿고 싶기도 했다"며 "평소 엄마와 딸 이야기를 해오고 있던 차, 딸의 병 치료를 위해서 뛰어드는 엄마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이 '겨울캠프'에서 전하고자한 건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인 개인의 '선택'이다. 특히 은혜처럼 원칙주의자이자 올곧은 인물이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선택 이후 그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초점을 뒀다.

주인공 엄마의 직업을 '영양사'로 택하고 딸의 병을 '아토피'로 설정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원리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영양사 엄마가 부모의 보호가 많이 필요한 아토피에 걸린 딸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집중한다.

'겨울캠프'는 심사평에서 "특정 인물에게만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하기 보다는 다른 인물들의 시점과 입장을 환기시키는 성숙한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만큼 엄마와 딸의 입장과 심리가 잘 안배 돼 묘사된다. 이는 장 감독이 연출에 있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엄마와 딸의 비중을 번갈아가며 배치시키려고 했다. 각기 다른 서로의 입장을 잘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엄마와 딸은 서로를 가장 위하는 존재인 동시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각자가 겪는 서로 모르는 일상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고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힘든 시기를 겪는 이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장주선 감독은 앞으로는 '끈기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차기작 계획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은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겨울캠프'처럼 엄마와 딸 관계에 대한 스토리도 더 창작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장 감독은 지역 영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관심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대구에서 '지역 영화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가 점점 갖춰나가고 있다. 인력풀이 형성되고 있어 이제 서울에 안가도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인식도 많이 퍼져나간다"며 "최근 영화 등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점차 형성된 연력들이 다시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대구지역의 영화인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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