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동병상련의 국가(國歌)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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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도 이탈리아와 폴란드 국가는 서로 상대의 국호를 가사에 품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두 나라 군대가 오스트리아 제국에 맞서 나라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벌였었기 때문이다.

폴란드 국가의 제목은 '돈브로프스키의 마주르카(Mazurek Dąbrowskiego)'인데, 여기서 돈브로프스키(Dąbrowski)는 장군이자 정치가로서 18세기 폴란드의 국가적 영웅을 말한다. 폴란드 국가는 이 돈브로프스키 장군 휘하 병사들의 사기와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폴란드의 귀족이었던 비비츠키(Wybicki)가 쓴 시이며, 당시 이 군대는 나폴레옹 군대 소속으로 이탈리아에 주둔했었기에 '이탈리아 주둔 폴란드 군단의 노래'로도 알려져 있다.

폴란드 군대가 프랑스의 편을 들어 나폴레옹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은 폴란드가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일부로 분할돼있던 상황에서 독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멜로디는 생동감 넘치는 폴란드 민속춤 음악인 마주르카에서 유래했으며, "우리가 살아있는 한 폴란드는 무너지지 않으리니"로 시작되는 가사는 외세에 빼앗긴 폴란드의 것들을 되찾기 위해 하나가 되자는 것으로, 두 번 반복되는 후렴의 가사인 "전진하라, 전진하라, 돈브로프스키여, 이탈리아에서 폴란드까지, 그대의 인도에 따라 우리 국민은 하나가 되리."에서 이탈리아라는 단어가 나온다. 역사상 자주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거나 합병당한 역사가 있어서, 폴란드 국가는 자유와 독립을 위한 폴란드의 투쟁을 상징한다. 이 노래는 1918년까지 폴란드가 독립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의 국가로 불렸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국가는 여러 제목으로 불리는데, '이탈리아인의 노래(Il Canto degli Italiani)', 작사자의 이름을 따라 '마멜리의 찬가(Inno di Mameli)', 가사의 첫 부분을 따서 '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 등으로 불린다. 1847년 당시 20세였던 제노바의 마멜리(Mameli)는 오스트리아에 대항하는 프랑스군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랑스 국가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썼으며, 몇 달 후에 노바로(Novaro)가 음악을 붙였다고 한다.

이탈리아 국가도 상당히 기개가 넘치는데 20초 이상 걸리는 오케스트라 전주와 이어지는 합창을 들어보면 마치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의 3막에나 나올법한 음악이다. 이 국가는 배경에 공화주의가 있었기에 이탈리아 통일 운동 시기(1815-1871) 일부 기간에서 국가로 불렸으나, 입헌군주국인 이탈리아 왕국이 성립된 1861년에는 가베티(Gabetti)가 작곡한 '왕의 행진(Marcia Reale)'이 국가가 됐다.

그러다 1946년에 국민투표에 의해 새로 생겨난 이탈리아 공화국은 다시 '이탈리아인의 노래'를 국가로 선택했으며, 만들어진 지 170년이 지난 2017년 12월에서야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됐다고 한다. 가사에는 침략자인 오스트리아에 대항하고자 죽음도 불사한다는 결단의 마음이 들어있으며, 특히 5절에는 폴란드가 언급되는데 "오스트리아의 독수리는 이미 그 깃털을 잃었도다, 이탈리아의 피와 폴란드의 피를, 게다다 카자크의 피까지 삼켰으나, 그 피는 제 심장을 태워버리리니!"라는 가사로서 오스트리아 제국의 팽창주의가 자멸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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