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느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더라도 항상 똑같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는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악장의 지시에 따라 오보에 연주자의 A음(계이름 라)에 맞춰 조율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오케스트라를 대표하는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의 A음에 맞추지 않고, 겹리드를 사용하여 정확한 440㎐의 A음을 낼 수 있는 오보에 음에 맞추어 오케스트라 전체가 음고를 통일합니다.
이 피할 수 없는 '조율의 시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시작될 수 있고, 또 공연이 시작되기 전 어수선한 분위기를 깨뜨리고 관중을 집중시키는 이 '조율의 시간'이 주는 묘한 평온함이 클래식 공연의 큰 매력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440㎐에 완벽하게 조율된 90명 이상의 연주자들은 하나의 하모니로 연주를 시작하며, 무대 위에서 말로 표현할 필요 없는 숨소리와 눈빛으로 은밀하게 소통합니다. 이와 같이 소리라는 언어를 통해 연주자와 관객들은 동시에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 팬데믹의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힘들고 저항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어려운 시간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도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서로가 각기 다른 소리로 소통을 해 왔던 건 아닌지 돌이켜 보게 합니다. 거리두기를 통해 고독이 만연하고, 사회적 분열이 유발되는 등 팬데믹의 결코 작지 않은 영향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이제는 느낄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힘은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예부터 인류를 하나 된 공동체로 묶었던 것은 문화예술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인간의 내면을 공통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류의 공통 언어이자 초월적인 힘을 가진 문화예술이 이제는 서로를 향한 공감을 이끌어 내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예술인들이 교류하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활성화되고, 관객들과 시민들을 향한 문화 접근성이 확대되는 문화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처럼 문화예술을 토대로 지역사회가 하나의 소리로 선순환된다면 공동체가 정서적 풍요를 얻고 사회가 협력, 유대를 이룰 수 있도록 회복될 것입니다. 문화예술이 그저 향유를 위한 우아한 장르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회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치열한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문화의 도시 대구의 가을은 〈판타지아대구페스타〉 아래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 등 문화예술로 대구 시민들과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도시인 대구의 문화예술 중심 플랫폼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서도 대구 시민과 지역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문화예술 정책을 확립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같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목소리가 대구 전역에서 높아지고 움직임이 활발해질 때 비로소 대구는 '문화예술'이라는 'A음'을 통해 하나의 하모니를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많은 연주자들이 각기 다른 소리를 내어도 조율된 A음을 통해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내듯, 이제는 다시 하나 될 우리의 일상을 문화예술로 가득 채워 모두가 함께 화합하고 아름다운 소통을 회복하길 소망합니다.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대구의 가을, 우리 마음속도 440㎐를 맞출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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