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野 대표 病牀 단식에 골병드는 나라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철도 2차 파업 예고, 기초연금 부담 10년 새 3.5배 치솟아, 더 심해진 의대 쏠림 현상, 역대급 세수 펑크,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푸틴-김정은 위험한 거래…. 검찰이 병원 단식으로 돌아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민주당이 국무총리 해임안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정국이 파국을 맞은 최근의 주요 뉴스다. 나라 안팎 상황이 퍼펙트스톰인데 정치는 끝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태세다. 극단 대치 속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사생결단식 여야 전면전은 법무부가 19일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를 요청하면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가 됐다. 국회법에 따라 21일 표결에 부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한 대결의 기폭제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국회의 이용균 대법원장과 장관 인사청문회까지 더해져 여야 대립각은 날카로워졌다. 여기에 여야가 반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일정을 감안해 구시대적인 지지층 결집에 다 걸기를 하면서 대치 전선(戰線)이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넓혀질 건 보나 마나다.

사태의 근본 원인이 이 대표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판도라의 상자가 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연루 의혹'은 수사하지 않아서는 안 될 중대한 개인 비리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다음 날 단식을 시작했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다시 병상(病牀) 단식으로 모드 전환했다. '방탄'(防彈) 이외의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기다렸다는 듯 민주당이 체포안 부결 기류로 옮겨 가는 건 예고된 수순이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부결 확답 메시지'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인증 릴레이 압박도 우려스럽다. 이 대표 입원 단식→비판 및 반발 최소화 속 체포동의안 부결→한덕수 총리 해임안 가결 시도로 이어지게 되면 거친 충돌은 불가피하다. 병실을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함의가 담긴 행보 여파도 주목된다. 결국 실마리를 풀 1차 당사자는 이 대표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영장심사를 받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약속대로 하면 그만이다.

범죄가 정쟁의 빌미로 전락해 국정의 발목을 잡는 데는 사법부의 책임도 크다. 무엇보다 거북이 심리·판결로 법치주의를 뭉개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건으로 법원에 넘겨진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경우 판결 확정에 3년 8개월이 걸렸다. '시간을 끌면 임기 채운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판결 뒤 한 나라의 국무위원 출신 입에서 최 전 의원을 향해 "다른 문이 열릴 것" "내 가족이 더 좋아한 사람" 같은 희언까지 나와 법원을 조롱하는 형국이다.

야 대표의 단식에 발목이 잡힌 사이 중국 화웨이는 메이트60 프로와 프로+를 내놓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유가(油價)를 끌어올려 후폭풍을 예고한다. 살아남겠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내는 돌파구다. 폭풍우가 쏟아지는데 우리에겐 그런 위기의식을 찾기 어렵다. 노동‧연금 개혁이나 인재 육성 같은 국가 100년 대계는 고사하고, 민생이나 안보가 반쪽 걸음을 떼야 할 판이다. 야 대표 병상 방탄 단식에 나라 전체가 골병이 들어도 제대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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