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젊은 예술인을 머물게 하라

전창훈 문화체육부장

전창훈 문화체육부장
전창훈 문화체육부장

얼마 전 한 무용학과 퇴직 교수와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요즘은 무용을 배우려는 학생도, 가르치는 선생도 너무 없다. 한때 대구가 전국적인 무용 선도 도시였는데…. 이러다가 몇 년 후에는 무용 계보가 아예 끊길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역의 무용학도 배출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있었던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 폐과'다. 대구가톨릭대 무용학과는 과거 효성여대 시절부터 지역에서 가장 많은 무용학도를 배출하며 전국적인 명성도 높았다. 그렇기에 폐과는 무용계에 충격을 안겨 줬다. 계명대 무용학과 또한 30명이던 모집 정원을 지난해 25명으로 줄였다.

성악 분야도 마찬가지다. 영남대는 음악 계열을 학부제(음악학부)로 전환하고 40~45명 모집하던 정원을 25명으로 줄였다. 그나마 계명대가 음악대학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도 언제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

이처럼 젊은 예술인 양성 시스템에 큰 구멍이 나고 있다. 혹자는 '지방 소멸'이라는 용어에 빗대 '지방 예술 소멸'이라고 푸념한다. 원인은 자명하다. 기초 예술을 하려는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데다 실력이 좀 있다는 학생들은 앞다퉈 서울로 떠나 버리기 때문이다. 대학들 또한 수요가 없으니 학과 통폐합을 할 수밖에 없고 강사진도 지역에 머물 이유가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지역 중견 예술인들은 무턱대고 서울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내비친다. 일반적으로 지방에서 올라가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뒤 그곳 예술계에 진출하는데, 이미 수도권 지역에는 초-중-고로 이어지는 카르텔이 강하게 형성돼 지역 출신 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잡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막상 대구로 U턴해 지역에서 기반을 닦으려고 하면 지역 또한 출신을 따지는 텃세가 형성돼 제 기량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른바 '낀 세대'처럼 정착을 못 해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많이 봤다는 것이 예술계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그들을 탓할 수만 있을까. 지역에는 그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대구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 먹고살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매일신문이 지난 5월부터 [으라차차! 2030 아티스트] 코너를 만들어 수시로 지역 젊은 예술인을 알리는 것도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조금이나마 타개해 보기 위한 바람에서 비롯됐다.

결국 젊은 예술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창작 활동을 하고 무대에 올라 사람들에게 자신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계 전반의 각성과 함께 잘 짜여진 지원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실력과 노력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실력이 있든 없든 균등하게 지원하면 실력을 갖춘 젊은 예술인들이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기성 예술인들은 이야기한다.

행정 당국에서도 지원책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해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문화정책에 있어 젊은 예술가들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 어느 시점, 지역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축제 등에 모두 타지의 예술인들을 초청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국의 위기의식과 함께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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